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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김문찬의 건강지평
[김문찬의 건강지평(34)]적응과 무상(無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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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9  20: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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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가슴이 아릴 듯 맑고 푸른 하늘이다. 들판은 황혼처럼 물들기 시작했고, 쓰러진 야윈 나무들 위로 쓸쓸한 바람이 지난다. 달은 어느새 기울어 기운만큼의 공허감이 산등성이를 타고 흘러내린다. 무성했던 한 여름의 영광을 회상하며 잔가지들이 바람에 훌쩍인다. 물결처럼 훌쩍이며 가을의 공간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의 육체와 마음은 크고 작은 모든 변화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곧 동화와 조절의 과정을 통해 안정을 회복한다(J. Piaget). 이것이 생물학적 용어로 적응(adaptation)이다. 모든 개체는 세포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혜택과 고통 둘 다 적응의 대상이다.

사람들은 하반신이 마비되면 비참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이 사건이 있은 직후에 보통 때보다 훨씬 더 슬픈 것은 맞지만, 결국 1년이 채 안되어 이 사건이 있기 전의 행복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D.O. Hebb, psychological Review53). 형무소의 죄수들도 몇 달 정도의 적응과정을 거치면 일상처럼 형무소 생활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반대로 로또에 당첨된 미칠 듯이 좋은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 모두 다 적응 때문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상황에 기꺼이 따르는 것이야 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했다. 법정스님은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마라. 불행할 때는 이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했다. 상황을 기꺼이 받아드릴 때 자연스레 조절과 동화의 과정이 일어난다. 그 결과 최악의 상황일지라도 곧 무상(無常)해진다. 적응 즉 무상이다. 적응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포자기나 허무감에 빠지기 쉽고 반대의 경우에서는 쾌감의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점점 방탕과 탐닉으로 빠져들게 된다(hedonic treadmill).

산다는 것은 적응의 연속이다. 적응을 통해 색(色)은 공(空)이 된다. 달은 기울어져 산등성이에 걸렸다. 달은 기울어도 검은 산등성이를 타고 시간은 넘어간다. 시간이 가면 가을바람에 훌쩍이는 야윈 가지들도 평상심을 회복할 것이고 숲은 황혼처럼 아름답게 물들 것이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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