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모든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환자 본인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가족들의 삶의 질도 한없이 떨어지게 된다. 지난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이다. 마침 하루 전인 20일, 울산에서는 2건의 치매환자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치매와 관련해 불안정한 사회시스템이 고스란히 노출된 경우다.

울산 중구의 한 주택에서는 치매에 걸린 80대 아버지와 그를 돌보던 50대 아들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 중 1명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며 돌봐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10년을 치매 아버지를 돌보아온 아들의 극단적 선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또 남구의 한 가정에서는 실종된 50대 치매 여성을 공개수사를 통해 발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이 여성은 가족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집을 나갔다가 공개수사를 진행해 3일만에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이같은 치매환자의 실종은 돌봄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전국적으로 치매환자 실종신고가 2017년 1만명을 넘어섰다. 치매실종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실종장기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치매는 고령화 사회와 함께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하는 사회적 문제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내놓은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환자수는 70만5473명으로 추정된다. 치매유병률이 10.0%, 즉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노인연령을 65세가 아닌 70세로 높여 잡으면 유병률은 훨씬 상승하게 된다.

울산에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1만1716명이므로 추정치매환자는 9645명이다. 다행스럽게도 전국에서 치매유병률은 가장 낮은 8.6%이다. 하지만 노인인구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 중인 점을 고려하면 치매가 울산사회의 심각한 노인문제로 대두될 것이란 전망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울산의 치매환자돌봄시스템은 취약한 편이다. 치매상담센터 등록률은 48%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치매안심센터 5곳에 근무하는 인력도 필요인력(100명)에 턱없이 못미치는 78명에 불과하다. 치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으로 배려하는 동반자인 치매파트너도 치매환자 100명당 23.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편이다. 울산시는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가 살기 좋은 안전한 도시가 바로 품격 있는 도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