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정의 갈망하는 90년대생 위해
부모대인 60년대생들이 멍석 깔아줘
미래 대한민국의 동량으로 키워내자

▲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신입 직원 환영회가 있었다. 국회 8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막 부서로 배치된 새내기 90년대생들이다. 필자의 아들 딸 같은 또래다. 약 20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했다고 한다. 안타깝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현재 취준생 4명 중 1명이 공시족이라고 한다. 필자의 자녀 중 1인도 그랬었다. 현재는 다른 직종에 취직했지만.

지금 대부분 신입직원이나 전입신병들은 90년대생이다.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은 90년생의 특징으로 ‘간단함, 병맛, 솔직함’을 꼽았다. 이들은 사용하는 용어를 대부분 간단하게 줄여서 말하기 때문에 우리 60년대생들은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마치 외국어 느낌이다. ‘스압’ ‘핵인싸’ ‘쉴드 친다’ 등. 당장 우리 집에도 90년대생이 4명이나 있다. 그들끼리 사용하는 SNS 내용은 거의 판독불가다. 모바일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성장한 90년대생들은 부모세대인 60년대생들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삶을 추구한다. 분량이 매우 짧은 초단편 소설을 탐닉하고 간단한 이모티콘과 짤방으로 표현하길 좋아한다. 재미를 바탕으로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병맛 문화가 ‘기승전병’으로 계속 이어진다. 정치적 이념에서도 자유롭고,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이들은 신분과 재력에 관계없는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 저자는 이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도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한 채용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특징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60년생들도 예전에는 그러했다. 소크라테스 조차 “요즘 젊은이들은 아무데서나 먹을 것을 씹고 다니며 버릇이 없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젊은이들의 버릇없음은 고금을 막론하고 비판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군에 입대하는 90년대생 장병들을 보면 반드시 그렇게 염려할 것만은 아닌 듯싶다. 이들은 가장 힘들다는 최전방 근무도 오히려 더 선호하며, 파병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늠름하고 자랑스럽다. 강압적인 분위기와 무조건 밀어붙이는 데 익숙한 기성세대의 갑질로는 더 이상 이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오죽했으면 중국에서도 80년대생(바링허우)과 90년대생(쥬링허우)이 문제라고 비난했을 때 알리바바의 창시자 마윈은 “이 세대들한테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우리다. 그들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을까. 기성세대는 선 경험을 무기로 이들을 우습게 보고 무시하곤 한다. “젊은 애들이 뭘 알겠어!” 라며. 그렇지 않다. 이들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미래 대한민국을 책임질 세대이다.

“난 꼰대가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60년대생은 얼마나 될까. 필자도 집에서 자녀들에게 더러 꼰대 짓(?)으로 지적을 받는다. 지나친 간섭과 우려는 더 이상 애정이 아니라 어른들의 독선과 소유욕일 수 있다. 이들의 주장과 생각에는 새겨들을 측면이 분명히 있다. 왜 그토록 특권 없는 공정함과 정의를 열망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실상 20대를 대변할 수 있는 45세 미만 청년 국회의원의 비중도 6.3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 우리 현실이다. 이들이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약자로 자리매김되어선 안 된다. 90년대생들이 대체로 충성심이 부족하고 끈기가 없어서 쉽게 포기하고, 자기 권리만 찾고 의무는 다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일부 있지만 글쎄. 60년대생도 그땐 그랬다. 이들을 위해 더 이상 핀잔과 방치보다는 미비한 제도와 법령을 보완하고, 활동의 무대를 적극 마련해주는 것이 지금 60년대생들이 해야 할 책무가 아닐까 싶다. 모든 90년대생들과 60년대생들이여. 우리 다 같이 힘내요! 파이팅!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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