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이 결정된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유치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예상대로 북구·울주군·남구의 3파전이다. 부지 확보가 어려운 중구와 동구를 제외한 3개 기초단체는 제각각 장점을 내세우며 유치경쟁을 치열하게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군간 선의의 유치경쟁은 바람직한 일이긴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만큼 휴유증도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저렴하고 넓은 부지다. 이전부지의 예상 대지면적은 19만5000㎡나 된다. 기존 도매시장 부지면적 4만1305㎡와 비교하면 크게 확대된다. 도심에서 이만한 부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자연녹지를 많이 가진 울주군과 북구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울주군에서는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군 자체적으로 후보지를 물색한 결과 16곳이 추천됐다. 청량읍 3곳 등 12곳은 주민 추천, 4곳은 군 추천 후보지다. 유치위원회를 발족해서 최적지 1곳을 결정한 다음 울산시에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울주군 내부의 경쟁이 어쩌면 다른 기초단체와의 경쟁보다 더 치열할 수도 있다. 농수축산인들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므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들어 있어 좀체 양보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공연한 지역갈등으로 비화하는 일이 없도록 울주군은 본선 보다 예선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북구도 공개적으로 유치경쟁에 나섰다. 지난 10일 구의회가 나서 송정 창평 가대 시례 등 5곳을 가능부지로 꼽으며 북구유치를 주장했다. 북구도 자연녹지가 많은 곳이므로 부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최근들어 도로사정이 좋아지면서 접근성도 높아졌다.

부지 면적 확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접근성이다. 우선 농수축산인들의 비용부담을 낮추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 도매시장이라고는 하지만 도소매시장이 한꺼번에 운용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는 남구가 유리하다. 동해남부선의 신축 역사인 선암역과 가깝다. 남구는 23일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주민소통위원회를 열고 ‘상개동 저수지’ 일원을 후보부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10월 구군으로부터 후보지를 접수하고 11월 중 입지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20여년 난항 끝에 결정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이전이 또한번 지역갈등으로 좌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한 만큼 백년을 내다보고 확장성까지 고려한 공정하고 객관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결과를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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