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간 사투끝 진화…아직 원인 불명

▲ 지난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881t급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 선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해경과 울산소방본부가 화재 진압을 위해 총력을 다했다. 드론촬영=김도현 기자 gulbee09@ksilbo.co.kr

지난 주말 폭발사고로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울산 동구 염포부두 석유제품운반선 화재가 약 18시간30분만인 29일 오전 5시25분께 완진됐다.

소방당국이 1차 언론브리핑 당시 2~3일 가량 더 화학물질을 태워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진화가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고 선박 내 위험 액체화물이 상당량 실려 있어 추가 폭발사고 등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당초 선박간 이음 배관을 통해 환적을 준비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최초 폭발과 그에 따른 화재는배관과 거리가 먼 9번 탱크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가 필요할 전망이다.

선박간 환적작업 중 폭발·화재후 2차례 더 폭발
선원 46명 전원 구조…소방관 등 18명 부상 입어
선내 유독물질 등 위험 탓 정밀감식 시간 걸릴 듯
배관과 먼 곳서 최초 폭발…배관청소 연관성 조사

◇환적작업 준비 중 폭발·화재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5시25분께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던 2만5881t급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 호의 불을 완전히 진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재 원인조사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불은 꺼졌지만 아직 내부에 유독화학물질이 남아있는데다 선체가 식는데도 시간이 걸려 당장 조사를 위한 선내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사고 선박에는 석유화학제품 14종 총 2만7000t 가량이 실려있었는데 이중 상당수가 유해화학물질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불이 붙어 폭발한 9번 우측 탱크에는 스티렌 모노머(SM)라고 불리는 흡입 시 독성이 매우 높은 화학물질이 실려 있다.

김종근 울산소방본부장은 29일 현장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선박 탱크 내 화학물질 때문에 진화 중에도 2차례 폭발이 있었다. 스티렌 모노머가 계속 나오고 있으나 추가 폭발이나 화재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했다.

소방본부는 브리핑에서 사고발생 당시 사고 선박이 6583t급 싱가포르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 호로 석유제품 일부 환적 준비를 위해 배관을 청소하는 퍼지작업을 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퍼지 작업이 화재와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초 폭발과 화재는 환적을 준비하는 배관이 아닌 배관과 거리가 먼 9번 탱크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본부와 해경은 스티렌 모노머가 불에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아직 선박 안에 차 있는 것으로 파악중이며 위험요소가 완전히 제거된 후 정밀 감식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굉음과 불기둥” 진압 안간힘

최초 폭발과 화재는 지난 28일 오전 10시51분께 스톨트 그로이란드 호 9번 우측 탱크에서 발생했다. 굉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은 직후 소방당국에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고성능화학 소방차를 포함해 소방차 45대와 소방함정 2척, 소방인력 188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해양경찰서 역시 해경함정 10척과 해경 인력 286명 등 가용 인원을 총동원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진화 작업 도중인 오후 1시55분 2차 폭발이, 그로부터 1시간30분 뒤인 오후 3시25분께 3차 폭발이 발생했다. 오후 4시30분께 큰 불이 잡히자 소방대원들이 1만t 가량의 에틸렌디클로라이드(EDC)가 선적된 12번, 13번 탱크 보호를 위해 선실로 진입했다. 오후 6시30분께 탱크 갑판의 불을 끄고 선미 선실과 EDC 탱크 사이 격실공간에 냉각수 400톤을 주입하며 확산을 방지했다.

◇선원, 소방대원 등 18명 부상

사고 선박에는 러시아와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선원 25명이 탑승하고 있었지만 사고 직후 비상탈출선을 타고 나와 전원 구조됐다. 사고 선박 옆에서 선박간 환적을 준비중이던 바우달리안호에도 외국적 승선원 21명이 타고 있었으나 모두 구조됐다.

화재로 구조된 외국선박 선원 중 3명이 부상했고, 한국인 하역사 직원 등 8명도 다쳤다. 또 구조와 진화를 하던 소방관 2명이 허리부상과 화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해양경찰관 5명이 연기흡입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부상자는 18명으로 늘었다.

사고 발생장소와 인접한 울산대교는 28일 오전 11시30분부터 통제돼 오후 5시47분 해제됐다. 이후 이날 오후 11시30분부터 긴급안전점검을 위해 다시 통제됐다. 울산대교가 통제되면서 발생한 통행료 수입손실은 약 4000만원 정도로 파악됐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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