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범 울산과학대학교 안전 및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처음 언급된 이후 독일,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각국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도 2014년 제조업혁신 3.0 전략을 시작으로 정부의 재정지원, 스마트공장 코디네이터 활동, 대기업의 기술지원 등을 통해 2022년까지 3만개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목표로 제조혁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공장의 양적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공장의 품질, 생산성, 납기 대응력이 얼마나 좋아졌는가 이고, 더 나아가 기업의 경영성과가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이다. 이런 관점에서 스마트공장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스마트공장 구축의 목적은 경영성과의 개선임을 항상 염두 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기본적으로 Q(Quality·품질), C(Cost·원가), D(Delivery·납기) 경쟁력으로부터 나온다. 고객이 만족할만한 품질의 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최소의 원가로 공급하는 것, 이것은 시기를 막론하고 모든 제조업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QCD 경쟁력 확보, 즉 ‘돈 버는 공장’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것이지, 스마트공장 구축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만 있으면 스마트공장이 저절로 구축된다고 믿어서는 절대 안 된다. 물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공장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첨단 기술의 도입에 앞서 현재의 공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먼저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각 공정 별로 QCD관점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공정조건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지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 적용 가능한 기술을 검토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술의 성숙도와 투자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스마트공장을 통한 제조혁신의 시작은 현장의 낭비요인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업자의 동작, 자재의 공급, 설비의 운용, 그리고 공정 및 설비 배치 등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합리적인 요인들을 줄이는 것부터 추진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장’이라고 불리는 도요타자동차에서도 생산현장의 작은 개선활동이 모여 큰 혁신을 이끈다고 강조하고 있다. 큰 비용을 투자해 설치해 놓은 첨단 로봇이 낭비가 가득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고, 힘들게 도입한 AGV(Automated Guided Vehicle·무인운반차)가 먼 길을 빙 둘러서 자재를 공급한다면 아무리 첨단 기술이 도입된 공장이라 하더라도 높은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마트공장은 단기간에 구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 공장의 수준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가능한 영역에서부터 작게 시작하여 꾸준히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활동임을 인지해야 한다. 산업현장에 적용하기에 아직 성숙하지 않은 기술들을 대규모로 도입하여 큰 리스크를 감내하기 보다는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 및 실행 로드맵을 제조업체 스스로 세울수 있어야 한다. 작은 성공체험들이 모여 큰 성과를 이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생산인구의 감소, 생산운영의 복잡도 증가, 보호무역주의 등 앞으로의 제조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제조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자 기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스마트공장이 지금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매우 위험하다. 제조혁신의 지향점으로서 스마트공장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기업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기범 울산과학대학교 안전 및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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