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위약금 기준 구속력 없어
영세 자영업자엔 보호수단 안돼
신뢰붕괴 속 최소한 안전책 필요

▲ 정신택 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얼마전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소속팀인 유럽의 유벤투스와 한국의 K리그간 친선경기에서 보였던 호날두의 노쇼는 수많은 한국축구팬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친선경기에서 45분이상 출전키로 계약했기에 이를 신뢰한 6만3000여명의 한국축구팬들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호날두의 경기를 보기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단 1분도 그라운드에 나타나지 않은 호날두의 노쇼는 팬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보상받을 수 없는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노쇼(No-Show)는, 고객이 예약을 했지만 연락도 없이 예약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행위나 그러한 고객을 말하며 ‘예약부도’라고도 한다. 원래는 호텔과 항공업계에서 고객의 예약부도를 표현하는 말로 쓰이다가 요즘은 외식업계를 포함하여 서비스업 전반에 예약문화가 형성되면서 폭넓게 보여지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최근들어 소규모 음식점의 경우 많은 인원의 예약을 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경기가 최악의 상황인 요즘같은 때에는 많은 인원의 음식을 준비한 상황에서 예약이 지켜지지 않을 때 치명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노쇼로 인한 피해는 일본의 경우 연간 약 2000억엔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주로 영위하고 있는 주요 5대 서비스업종 기준으로 노쇼 발생률이 연평균 15%에 이르며 발생률에 따른 손실비용은 연간 4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노쇼를 방지하기 위한 현행제도로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개정안에서 구체적인 각 업종별로 계약해지의사표시 일자별로 위약금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위약금 기준은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으로 제시되고있을 뿐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당사자가 합의하지 않는 경우 피해보상을 강제하는 실질적인 구속력이나 구제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은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마저도 대형호텔이나 항공업체등 고객과의 거래조건을 약관으로 미리 정하여 고객의 사전동의를 전제로 거래가 성립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가능하며, 소규모 자영업자처럼 고객에게 거래의 조건을 제시할 수 없고 계약이행을 담보할 계약보증금을 요구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에서는 아무런 권리보호수단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작은 식당에 50명의 손님이 식사를 하겠다고 메뉴를 정하여 예약한 후 이를 1시간 전에 취소통보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경우 미리 계약보증금을 요구할 처지에 있지 않던 식당주인은 음식준비에 들어간 모든 비용과 시간을 고스란히 손해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어서 노쇼는 많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여행을 할 때 호텔예약사이트를 통해 현지숙소를 예약하는데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의 경우 예약조건이 다양하여 취소불가 예약부터 숙박예정일 직전까지 무료취소가 가능한 예약까지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데, 어느 경우에나 고객의 노쇼에 대비하여 신용카드정보를 미리 등록하게하고, 고객이 숙박약속을 어기고 노쇼하는 경우에도 숙박비를 결제할 수 있게함으로써 숙박업소가 피해를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이러한 제도적 안전장치는 거래의 공정성을 요구할 파워가 있는 대형예약사이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노쇼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사람사이의 대면관계를 떠나서 손쉽게 가능해진 가벼운 예약시스템 때문일까?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배금사상이 사람 사이의 신뢰관계에 더 이상 가치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 어느 경우에도 사람 사이의 약속은 지켜져야 하며, 약속이행의 축적으로 형성되는 사회의 신뢰는 유지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우리 사회의 안전판으로서의 조치는 제도화돼야 한다. 당사자간 합의를 유도하기 위하여 제시되는 권고적 기준은 무너져가는 사회의 신뢰를 지켜낼 수 없다. 음주운전을 막기 위하여 음주단속이 필요하고 과속운전을 막기 위하여 무인단속기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사회 신뢰관계의 붕괴와 이로 인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 또한 중요하고 시급하다. 정신택 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