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울산 울주군이 범서읍 구영리에 영상미디어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 교육실과 영상·녹음 스튜디오, 편집실, 강의실, 세미나실 등은 물론 일반 영화 상영이 가능한 3~4관 규모의 정규 영화관도 만든다.

울산에는 영상문화 체험 교육이 가능한 시청자 미디어센터가 2곳 있지만, 군은 두 시설의 접근성이 낮고 지역 공동체 미디어 지원을 위한 사업 확대에는 한계가 있어 영상미디어센터를 건립키로 했다.

이런 군의 행보에 대해 굳이 울산에 시청자미디어센터가 2곳이나 있는데, 거액의 군비를 투입해 기능이 유사한 영상미디어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역시 군의 행보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군은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와 공조하면 두 기관이 지역 미디어 인프라의 양대 축으로 성장해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기관 간 공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군이 더 잘 알 것이다.

군은 타당성 조사 용역을 통해 사업성을 확인했다지만 용역에는 허점이 보인다. 어떤 시설을 어떻게 운영할지 파악하려면 실수요층의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한데,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를 이용 중인 군민 의견은 용역에 반영되지 않았다. 부수 시설이라고 볼 수 있는 영화관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문제로 보인다. 군은 울산의 영화 상영관 대부분이 남구와 중구에 배치돼 있고,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내 알프스시네마는 도심 외곽에 위치해 군민들의 접근성이 낮다며 대중 상영관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용역에서 제안한 2~3관 규모를 최대 4관까지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KTX울산역 역세권에 영화관이 들어서는 복합환승센터가 조성 단계에 들어가고 있고, 메가마트 역시 삼남면에 영화관이 포함된 물류센터 조성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구영리에 영화관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구영리에서 KTX역세권까지는 차량으로 불과 20분 거리로, 옥동에서 삼산동 영화관까지 걸리는 시간과 거의 동일하다.

군은 중부노인복지관와 장애인복지관을 포함하는 영상미디어센터 복합건물을 조성하는데 총 350억원대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복지관을 제외하더라도 영상미디어센터 건립에만 130억원대의 예산이 투입된다.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관련 인력을 확보할 경우 높은 수준의 초기 비용이 투입되는데, 특히 영화 상영관이 늘어날수록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울주군은 더 이상 조 단위 예산을 자랑하는 지자체는 아니다. 이미 1조원대 예산은 무너졌고, 9000억원대 수성도 쉽지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군수의 공약사업이라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군은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청소년직업체험관을 기존 권역별 청소년수련관을 활용한 소규모 4차산업혁명 체험실 운영으로 전환해 예산을 대폭 절감한 사례가 있다. 줄어든 예산을 적재적소에 쓸 시점이 됐다는 점에서 영상미디어센터 규모와 활용에 대한 재고도 필요하다. bong@ksilbo.co.kr

이춘봉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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