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호 울산 울주군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전국 농수산물이 집결하는 곳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농수산물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거래해 유통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농수산물의 경제적·사회적 유통 비용 절감이 목적인데 농수산물 유통의 허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 보호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1985년 문을 연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30년 넘도록 제 몫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지 선정을 앞두고 있는 요즘, 복기해볼 필요가 있는 사례다.

잦은 태풍 북상으로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은 우리 지역의 최대 이슈다. 좁고 낡은 시설에 부족한 주차 공간 등 수많은 민원으로 수년 전부터 이전이 언급되어왔기 때문이다. 시의 이전 결정만 기다리던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며 최적의 장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타당성은 따져봐야 하지만 “접근성이 좋다” “부지 비용이 저렴하다”처럼 대동소이하다.

비슷한 주장이 많지만, 울주군은 우리 군만의 장점이 있다. 우선 울산지역 농업생산기반의 90%가 울주에 있다. 다시 말해 농산물 90% 이상이 울주군에서 생산된다는 말이다. 논밭에서 난 신선한 농산물을 보다 빠르게 거래할 수 있다. 도매기능을 하는 시장은 생산자를 위한 시장 접근성이 중요한데 누가 봐도 좋은 조건이다.

울주군은 지리적으로 울산의 중심에 있다. 여기에 문수IC, 서울산 IC, 온양IC, 청량IC, 통도사IC, 활천IC가 있다. 울산 내에서 고속도로 나들목이 가장 많아 외부지역으로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새롭게 조성되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만㎡ 부지에 연면적 15만2207㎡ 규모로 현재 도매시장 면적의 5배다. 울주군은 울산 전체 면적의 70%로 자연녹지와 평지가 많다. 여기에 토지매입비도 저렴하다. 도매시장 인근에 소매시장도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15만㎡ 이상의 부지가 필요한데 확장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여기에다 기존 중소상인과의 충돌도 없어 계획 기간 내 조성이 가능하고 상권 형성에도 매우 유리하다.

과거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신선한 농수산물을 싼값에 유통하는 게 전부였지만 미래의 도매시장은 그 이상의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한다. 효율적인 유통을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한다는 말이다.

울주군은 식품가공지원센터와 농촌체험학습장, 문화힐링센터가 있는 울주형 스마트팜 단지 조성 등 6차 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식량안보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신개념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 역시 도매시장과 연계해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며,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울주군은 군민 스스로 우리가 가진 여러 가지 장점과 인프라, 가능성에 공감하고 일찌감치 유치위원회를 구성했다. 울주군민을 넘어 120만 울산시민을 위한 이전 부지임을 알려 나가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3일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구·군 공모를 발표하면서 평가항목을 제시했다. 적정성과 접근성, 경제성, 미래성 등이다. 나름의 평가 가이드가 제시됐지만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정치적 판단이나 소위 ‘나눠먹기’로 헛수고가 되어서는 안된다. 30년, 50년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보는 선견지명의 ‘혜안’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선호 울산 울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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