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는 밀집된 공동주택과 상가로 인해 주차난이 심각한 곳이다. 3만2000명이 넘는 인구가 밀집돼 살고 있는 탓에 특히 상가 일대의 주차공간이 절대 부족하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울주군이 37억5000만원을 들여 ‘대리공영주차장’을 조성했다. 범서읍 제2민원실 옆에 자리한 유수지 위를 주차장으로 만든 것으로, 올해 1월 준공했다.

그런데 이 주차장의 이용률이 20%에도 못미치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는 지상 3층 116면의 주차장에는 1층에만 10여대의 차가 주차돼 있을 뿐, 2, 3층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이용률이 높아야 하는 야간시간대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에 주차장을 조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주민들은 상가와 주택 밀집지와 상당히 거리가 먼 이곳에 왜 주차장을 조성하느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구영리 주민들의 동선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예산을 저렇게 써도 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위치에 조성된 주차장인 것이다. 한마디로 주차 수요가 거의 없는 곳에 주차장을 조성했다고 할 수 있다. 예고된 결과인 셈이다.

게다가 주차장 부지로서 적절하지 못한 삼각형의 부지에 억지로 주차장을 조성한 탓에 각층을 오르내릴 때 회전반경이 나오지 않는다. 기둥이 있어 한번에 진입도 불가능하고 층간 이동시 180도 회전을 해야 한다. 사고위험이 높은 것도 이용을 꺼리는 이유의 하나다.

구영리 전체로 보면 공영주차장은 절실하다. 하지만 아무데다 주차장을 조성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이다. 공영주차장은 용도가 주차 딱 한가지로 한정돼 있는 시설로,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곳이라면 아무리 넒은 주차장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 울주군은 ‘이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데 애초에 수요가 없는 곳인데 무슨 묘책이 있겠는가.

‘얕은 냇물도 깊게 건너라’라는 속담이 있다. 예산을 사용하는 공직자들이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한두명의 공무원들이 반짝 아이디어로만 강행하다가는 이용률 저조로 인한 예산낭비라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타당성 조사나 용역 의뢰라는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든 거치지 않든 예산을 마치 내돈처럼 생각하는 공직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특히 여러차례 검증을 거치게 되는 대규모 공사와 달리 주변의 관심과 경계가 덜한 저예산 사업일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얕은 냇물일수록 깊게 건너는 습관, 공직자의 사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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