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역사적 경험은 오류를 줄여줘
산업혁명 이후 몰아친 변화들 인지해
AI 근간의 4차 산업혁명도 주도해야

▲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

자연법칙이란 경험적인 관찰에 기초한 근거나 주장의 과학적인 일반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많은 경험과 관찰에 기초한 데이터는 일반화의 오류를 줄여준다. 우리가 역사를 깊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 또한 자연법칙의 발견과 이를 통한 미래를 보기 위함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반만년의 역사에서 먼 옛적을 논할 필요도 없이, 최근 500년도 채 안 되는 세월 동안 큰 환란을 여러 번 겪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국권침탈…. 항상 환란의 앞에는 반복되는 역사가 있었다. 아마도 내외적 징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선제적 대응에 실패했기에 초래된 것들이었을 것이다. 조지 산타아나는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여러 가지 어려운 국내외 정세에서 우리는 과연 역사에서 배우는 자연법칙을 얼마나 이해하고 또 그에 따르는 대응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위기 요인에 대하여 한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산업혁명을 이미 여러 차례 겪어 왔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것은 당연히 4차산업혁명이다. 과거의 산업혁명기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우선 살펴보자. 제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촉발되었다. 기계화 혁명이었다. 당시 우리는 정조 8년이었고, 이후 쇄국으로 일관하였으며, 조선말 1830~1880년까지 이미 산업혁명 성과를 앞세운 일본과 서양 각국의 문호개방 압력과 침탈의 시련을 겪었다.

제2차 산업혁명은 1879년에 발명된 전구로 시작된 전기 에너지 혁명이다. 이를 통하여 전기, 화학, 석유 및 철강 분야에서 기술혁신이 촉발되었다.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각축 속에 산업혁명에 대한 어떠한 능동적 대응도 못한 채 속절없이 패망하고, 혹독한 식민지배의 터널을 지나왔다. 일본은 여전히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활약하였으며, 2차대전에서의 패망과 함께 산업 근간이 파괴되었지만, 한국전쟁과 냉전시대를 겪으면서 재기하였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한 정보화 혁명이다. 최근 불과 30여 년 사이에 이루어진 혁명이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수천 개의 비즈니스와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며,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전반에 혁명적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이에 따라 이전 산업혁명 시대의 수직적 권력은 협력적 네트워크와 분산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 권력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석유 시대의 패러다임에 미련을 두고 있던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는 이미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우리는 3차례의 산업혁명 가운데 가장 슬기롭게 대응하여 발전을 이루어낸 혁명기라고 볼 수 있겠다. 기존 중화학공업의 육성에 더하여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의 전자산업이 이 시기에 꽃을 피웠다.

그리고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전산업에 스며들게 될 것이다. 모든 산업이 인공지능의 접목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전의 산업혁명에서 국가 책략은 매우 중요했다. 이미 캐나다는 최초로 국가 AI전략인 Pan-Canadian 인공지능전략을 수립하였으며, 일본의 초등생부터 AI 교육혁신, 중국의 3단계 차세대 인공지능개발계획, 미국은 무려 1조 원을 들여 MIT에 AI 단과대학을 개설하지 않는가?

우리는 이미 자연법칙의 역사적 굴레를 여러 번 겪었다. 특히 최근 불과 200여 년 사이에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산업혁명에서 때로는 쇄국으로 패망을, 때로는 지혜롭게 대응하여 발전을 이루었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늦은 감이 없진 않으나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인공지능 육성 계획이 수립되고 있으니 다행이다. 모두 힘을 모아, 이전 정보화 혁명의 성공을 이어받아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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