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 우려에도 정착돼가는 핼러윈
인간 본성과 인류문화로 접근한다면
적대감보다는 축제 순기능 이끌어내

▲ 한규만 울산대교수·영문학

해마다 10월31일 핼러윈 데이에는 서울의 이태원거리를 마비시키는 축제가 열린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는 9월도 되기 전에 좀비와 삐에로를 등장시켜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핼러윈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의 축제가 아니다. 유치원생들을 위한 사탕 파티에 그치지 않고 젊은이와 어른들도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어 Halloween은 All Hallows Evening의 줄임말로 ‘만성절 전야’라는 뜻이다. 이 광란(?)의 핼러윈의 밤과 공포체험이라는 미국의 대중문화현상은 켈트족 국가인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입했다. <세계의 축제: 핼러윈>(다빈치출판사)에 따르면 ‘18세기에 미국으로 이주한 25만여 명의 스코틀랜드·아일랜드 이민자들이 핼러윈 축제를 치렀다. 한해의 수확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고 이웃과 함께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억하는 형식이었다.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며 춤과 노래를 즐겼고, 여기에 유령 얘기나 짓궂은 장난이 일부 포함되는 정도였다. 현재와 같은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과 괴상한 복장의 풍습은 미국이 대공황을 맞은 1930년대 이후 광범위하게 퍼져나갔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어두운 사회 상황을 떨쳐내기 위해 축제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크게 확장됐다.’

근년에 이르러 핼러윈은 어린이, 청년, 어른들을 포함하여 좀 더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2018년 핼러윈 관련 미국 주요뉴스를 보자. 1) 미국소매협회에 따르면 소비 규모는 90억 달러(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인 1억7500만 명이 올해(2018년) 핼러윈 관련 축제에 참여할 것이다. 2)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떠났지만 매년 헬러윈데이가 되면 실리콘밸리의 그의 집은 좀비의 집으로 변한다. 지역 어린이들을 위하여 잡스가 시작한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3) 핼러윈데이가 되면 공포를 느끼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 전역에서 4000개가 넘는 귀신의 집이나, 공포체험 공간이 문을 연다. 4) 웨스트버지니아 ‘로드킬 쿡오프(Roadkill Cook-off) 요리 축제에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25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이 축제는 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흑곰, 쥐, 사슴의 한 종류인 엘크, 민물 거북, 파충류 등을 주 재료로 한 요리를 만나볼 수 있다.

현재의 핼러윈 축제의 여러 양상에 대하여 여러 매체와 어른들이 걱정스러워 한다. 미국 일부 기독교인들은 핼러윈 데이 저녁에 아이들을 집밖으로 못나가게 하고 교회 내에서 자체 행사를 치른다. 국내의 일부 우려와 반응도 유사하다. ‘단순한 놀이 아닌 미신과 우상숭배’(기독교 헤럴드)라거나 ‘수상한 외래 풍속의 한국 정착기’(불교포커스)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핼러윈데이는 종교적 접근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인류문화로 해석할 수 있는 일이다. 첫째, 크리스마스의 날짜가 동지와 관련 있듯이, 핼러윈의 근원인 삼하인(Samhain) 축제 역시 입동과 동지 민속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동지팥죽처럼 삼하인 축제음식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집밖에 놔두기도 한다. 악귀를 쫓아내기 위하여 붉은 색을 중시하는 것도 동일하다. 기괴한 복장도 죽은 자들이 이승에서 배회하지 않고 저승으로 평안히 가시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새로운 종교와 문화는 계속 생겨나는 것이며 신생 문화가 다소 위험해 보이고 도전적이라 해서 이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켈트인들이 먼저 죽은 자들의 평안을 빌고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었다는 선한 의미대로, 헐벗고 가난한 자들을 기리며 핼러윈을 보내는 미국인들도 많다. 핼러윈의 사탕과 파격복장이 이웃과 소통하는 계기가 된다면 축제의 순기능이 살아날 것이다. 유령, 박쥐 등이 인간의 부정적인 심성을 나타낸다 하더라도 잠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인간심성의 정화를 가져온다면 이 또한 핼러윈의 순기능이 될 것이다. 다만 불행한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계도하면서, 축제를 마음껏 즐기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한규만 울산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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