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윤동주 ‘소년’)

파란 하늘과 빛나는 햇살, 선선한 바람이 귓가를 간질이는 가을이다. 요즘의 구름과 빛과 공기를 만지고 있으면, 시가 어울리는 하늘이다. 두 손 가득 파란 하늘을 향해 책을 펼쳐든 사람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2015년 봄, 독서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된 책 쓰기 동아리 지도교사를 우연히 맡게 되면서 울산독서교육지원단에 몸을 담게 됐다. 그리고 지원단의 주요 활동 중의 하나인 책 쓰기 동아리의 결과물로 학생들이 만든 책 전시와 독서 체험활동, 작가와의 만남을 주요 행사로 하는 ‘울산 학생 저자 책 축제’를 5년 째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에 깊이 관여하게 됐다. 며칠 전 우연히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2015년부터 시작된 책 축제 활동을 담은 사진들이 내게로 고스란히 다가왔다. 사진 속엔 이젠 돌아오지 않을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묻어 있었고, 우리들의 열정도 여전히 숨 쉬고 있었다.

그랬다. 축제 포스터와 새로 바뀐 축제 장소(울산과학관 코스모스홀에서 하루 동안 열렸던 2015년과는 달리 2016년엔 울산공고에서 2박3일 동안의 긴 여정을 함께 했다.) 문제로 고생했던 2016년, 울산교육청 20주년 기념행사로 열린 울산교육박람회와 함께 했던 2017년, 그리고 3년 동안의 축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성숙해졌던 2018년 책 축제. 손발이 척척, 호흡이 척척 맞았다. 우리 지원단은 초·중·고 선생님들과 다양한 과목의 선생님들이 모두 섞여 있어서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오히려 이러한 것들이 어우러져 서로가 가지지 못한 부족함을 보충하고 채워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느새 책 축제 베테랑이 되어 있었고, 우리 스스로 ‘책 축제 어벤져스 지원단’이라 부를 만큼 자부심을 가졌다. 돌이켜 보면 우리 지원단만큼이나 마음을 다해 함께하는 모임을 못 본거 같다. 그렇게 우리들의 열정이 담긴, 그 첫 번째 ‘울산, 책 쓰기로 꿈을 노래하다’(2015), 두 해 째 ‘책, 꿈을 담다. 마음을 건네다’(2016), 세 번째 ‘책, 너와 함께 꿈꾸다’(2017), 네 번째 ‘책, 애(愛) 빠지다’(2018) 등의 슬로건을 내세운 네 번의 아름다운 책 축제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2019년, 올해는 ‘책 가을을 열다(10.26~27일, 울산과학관 코스모스홀)’로 책이 우리에게로 다가올 것이다.

책이 사람에게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까. 책은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책이 가진 힘을 아주 감명 깊게 보여주고 있는 ‘책 도둑’이라는 영화는 우리에게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모든 것은 책 속에 있다고. 희망도, 길도, 구원도.’ 다가오는 다음 주 주말에는 우리 모두 잠깐 가을이 되어, 손바닥에도 눈썹에도 파란 물감이 물들은 가을 풍경이 되어, 책과 함께 눈부신 가을날을 즐겨보면 어떨까.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