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르네 젤위거와 〈물랑루즈〉의 이완맥그리거가 제대로 만났다. 1960년대 초 미국 뉴욕을 무대로 섹스와 연애를 분리하자는 여권주의자 작가와 천하의 바람둥이 기자의 대결을 담은 영화가 바로 17일 국내 극장가에 상륙하는 〈다운 위드 러브(Down with Love)〉.

 르네 젤위거가 연기하는 바버라 노박은 여자도 결혼과 사랑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섹스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책 〈다운 위드 러브(사랑을 거부한다는 뜻)〉를 펴내 전세계 여성의 우상으로 떠오른다.

 이완 맥그리거는 남성 대중지 〈KNOW〉의 간판 기자 캐처 블록으로 등장한다. 그는 편집장 피터 맥매너스(데이비드 하이드 피어스)의 주문으로 바버라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도 번번이 바람을 맞힌다. 보나마나 바버라가 남성혐오증에 걸린 추녀라고 지레짐작한 탓도 있지만 식사 때마다 파트너를 바꿔 연애를 즐기느라 틈을 낼 수가 없었기 때문.

 화가 난 바버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캐처의 연애 행각을 폭로하고 캐처의 맹신자가 된 애인들마저 등을 돌리자 캐처는 후회막급. 더구나 실제로 본 바버라는 예상과는 딴판으로 귀엽고 요염하기까지 한 것 아닌가.

 복수를 결심한 캐처는 바버라의 마음을 함락시켜 그의 책이 허구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기 위해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우주비행사로 위장해 접근한다. 그의 작전에 걸려든 바버라가 마음의 문을 열 무렵 캐처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도 어느덧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발견한다.

 청춘남녀가 개와 고양이처럼 발톱을 세우고 다투다가 막판에 꼬리를 흔들며 몸을 부비는 것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정해진 수순. 〈다운 위드 러브〉 역시 이경로를 따라가면서도 풍부한 볼거리와 감각적인 대사로 듬뿍 즐거움을 안겨준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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