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경계를 넘어서"였다. 그해 문화관광부는 "새로운 예술의 해"라고 정했다. 우리의 예술이 21세기에 접어들어 행정의 지원을 받으면서 비로소 부질없는 경계를 깨치고 새로운 예술로 거듭난 것이다. 연주와 춤, 그림, 연극이 한 무대에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고 미술은 행위나 설치라는 이름으로 거리로 걸어나왔다. 순수예술은 대중예술을 만나 훨씬 자유로워졌다.

 예술이 경계를 허물면서 새로워졌듯이 예술을 대상으로 삼는 문화행정도 변화하고 있다. 민간위탁이나 학예직 또는 별정직이라는 방법으로 예술행정의 상당부분을 이미 전문가의 손에 넘기고 있다. 행정에도 예술적 마인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울산의 문화행정도 옛날에 비할 바가 아니게 달라졌지만 아직도 그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문화행정의 전문가 기용은 너무나 즉흥적이어서 낭비적 요소가 많고 문화예술회관과 시립예술단은 인력에 비해 행정의 폭은 너무나 좁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울산에서 가장 큰 예술단체인 시립예술단을 관리하고 있으며 울산에서 가장 넓은 문화공간을 갖고 있으면서도 관장은 4급 서기관에 불과하고 정책입안은 할 수도 없다. 정해진 정책 안에서 집행·관리·운영만 한다. 울산 예술의 산실이 울산시 문화체육국의 한 과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와 종합건설본부의 본부장은 3급 부이사관이다. 이들 사업소와 문화예술회관의 업무를 비교해 보면 오히려 뒤바뀐 느낌이다. 상수도사업이나 종합건설사업은 사업의 예산규모는 크지만 업무는 단일하다.

 이에 반해 문예회관의 업무는 복잡다단할 뿐아니라 책임자의 마인드에 따라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상품을 무한하게 생산해낼 수 있다. 울산시 문화체육국의 산하 단체가 아닌, 독자적인 행정을 펴기 위한 문화예술회관의 직제 상향조정은 당연하고도 당연하다.

 이와 함께 문예회관의 인력 운용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문예회관의 인력구성은 거의 공연장과 시립예술단 관리에 쏠려 있다. 4개나 되는 전시장의 관리와 기획전시를 1명이 담당하고 있다. 전시장을 빌려주는 대관업무만으로도 벅찬 실정이다. 시립미술관이 없는 울산시로서는 시립전시장인 문예회관 전시장에서 시립미술관에 상응하는 좋은 작품전을 보다 자주 기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담당팀이 있듯이 전시담당팀도 있어야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문예회관의 관장과 공연과장을 전문직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문화행정은 장기적이고도 창의적인 비전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수시 이동하는 공무원에게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할 수는 없다. 울산의 문화예술계는 울산시의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문화적 마인드를 가진 공무원이 관장이나 문화국장 자리에 앉기를 바라는 "무력한" 항의만 하고 있다.

 아울러 울산시의 문화관련 업무의 인력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점검하면서 문화행사 전담기구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 뮤지컬 처용이니 처용문화제니, 전국무용제니 하는 특정행사가 발생할 때마다 사무국을 만들고 그에 따라 인력을 고용하는 것도 낭비다. 부산의 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처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설기구를 두는 것이 인력운용에 있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각종 문화행사를 위한 사무국을 하나로 통합하고 "능력 있는" 전문가로 사무국장을 둔 뒤 각 행사별로 운영요원을 수시로 고용한다면 문화행사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 자연스럽게 울산의 문화가 체계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사무실 공간이나 사무실의 사무집기도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예산낭비도 줄어든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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