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련 아동문학가

매사에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한쪽발로 서서 몸을 똑 바로 세우는 일, 일의 완급조절, 욕심의 무게며 옳고 그름의 구분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삶에는 흔들림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고요해 보이나 수평선도 저 혼자 끓는 속을 어쩌지 못할 때가 있는 것처럼. 아무려나 흔들리는 것은 내 탓이 아닐지라도 수평을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임을 알아야겠다.

<고요한 수평>(이자영 시문학사)은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시집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건 무욕이며 해탈이다. 깨지고 흔들리며 출렁거렸던 마음의 바다가 수평을 이루는 나이. 살 날보다 산 날이 많은 나이에 느껴야 하고 유지해야 할 감정이 아닌가 싶다.

시집은 색(色)을 제목으로 한 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색이 풍기는 느낌은 대개 화려함이다. 그렇지만 시인의 색은 거의가 차분하다. 그다지 얌전하거나 시들하지 않으면서 요란하지도 않다. 침착하고 사려 깊다. 고운 색이 눈물겨운가 하면, 낡은 색이 눈부시기도 한다. 시를 읽는 사람들은 시에서 위안을 얻고자 한다는 걸 배려한 작품들이 편안하게 읽힌다. 그러면서 새겨 읽어야 하는 시어들이 아주 단정하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흐트러짐이 없다보니 읽으면서 자세를 고쳐 앉은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낱말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걸 알 수 있다.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낱말을 찾아내는 시인의 능력은 탁월하다. 분명 사전에 있는 낱말임에도 낯설고, 그러면서도 반갑고 신선한 낱말이 절묘하게 박혀 있는 시들을 읽노라면 진귀한 보물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많은 이들이 보물인 줄 모르고 지나친 것들을 주워 곱게 갈고닦아 내놓는 장인의 솜씨가 엿보인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몇 날을 새는 시인이 가까이에 산다는 사실은 커다란 위안이 된다. 모든 시들이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하다. 덕분에 난해하지 않다.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를 쉽게 풀이해주는 선생의 강의에 빠지는 느낌이랄까?

‘고체 같지만 상처의 내압 흥건한 액체가 분명하다’

수록작 중 한 편인 ‘꾸들꾸들’은 특히 절묘하다. 시늉말 하나로 낱말의 쓰임새와 의미를 새기게 하는 시가 아닐 수 없다. 덕분에 내 마음도 잠시 고요한 수평이 된다. 장세련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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