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해득실 갈리는 사안의 수사
다양한 세력으로부터의 압력에 노출
법·원칙에 따른 검찰권 행사가 해법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전국 도로명 주소가 만들어질 때 울산의 검찰청과 법원으로 진입하는 도로에 ‘법대로(法大路)’라는 이름이 붙었다. 법과 정의가 실현되는 곳으로 통하는 큰 길이라는 뜻이다. 한글음으로 ‘법대로’는 법에 따른다는 것으로써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일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재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을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를 지지하면서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과 과도한 수사라고 비판하면서 검찰 개혁이 먼저라는 여론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특수부 축소,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직접 감찰’ 등 개혁안 발표후 조 장관은 사퇴하였다. 앞으로 검찰 개혁이 예상되지만 비리와 범죄를 밝히는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의 순서가 다소 혼란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엄정하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수사는 검찰권 행사의 올바른 모습이다. 그러나 구체적 사건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엄정하면서도 절제된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현직 법무부장관 가족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과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검찰 수사에서 권력에 영합한 ‘봐주기 수사’였다거나 ‘표적수사, 별건수사, 과잉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더욱이 정의와 공정의 잣대가 아닌 진영 논리의 입장에서 비판과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수사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범죄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고소 고발인을 불러 진술을 청취하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수사할 것인지 아니면 압수수색을 하는 등 소위 특수수사의 방식으로 할 것인지, 어느 정도 범위내에서 강제수사를 하는 것이 맞는지 등등 결정은 쉽지 않다. 수사절차에 관한 법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추상적이어서 수사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하나하나의 조치나 결정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검찰 외적인 요인과 입장에서의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지지와 비판의 태도나 수준이 수시로 바뀌기도 하므로 어려움이 더해진다. 검찰의 처지는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야 하는 고독한 돛단배와 다름이 없다.

범죄 의혹이 증폭된 사건에서 검사가 수사한 결과 구속 기소하여 유죄를 받아내면 제대로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거나 혐의없다고 결론을 내리면 수사 의지가 없다거나 검사에게 무언가 잘못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기소되어 무죄가 선고된 경우에도 사실 인정이나 증거 취사에 관한 법원과의 견해차로 보지 않고, 검찰 수사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건의 경우 수사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고, 수사의 방법이나 강도를 두고서도 양쪽 진영으로부터 편파수사라거나 정치검찰이라는 공격을 받는다. 검찰의 딜레마다.

수사 절차와 결과, 재판에서의 검찰권 행사는 일방의 만족과 함께 반대편의 불만과 비난을 본질적으로 수반한다. 고소사건에서 혐의 유무 결론에 따라 검찰에 대한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태도가 호오로 달라지는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수사권은 강제력이 있어 직접적인 수사대상자의 실존을 파괴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검찰의 권한을 무소불위라고 느끼면서 반감을 가지기도 한다.

수사로 표출되는 검찰권 행사로 인하여 정치적 이해 득실이 갈리는 경우 검찰은 권력, 이해 집단, 여론 등 다양한 세력으로부터의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검찰의 숙명이다. 이러한 숙명적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굴하지 않고, 정치적 고려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권을 행사하는 방법외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을까. 조 전 장관 퇴진 이후의 마무리 수사도 결국 법과 정의가 실현되는 곳으로 통하는 큰 길처럼 ‘법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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