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하 파크애비뉴(선암동) 책임지도프로 PGA CLASS A·USGTF 마스터프로
골프에서 벙커(bunker)는 위기이자 기회의 요소다. 그린 앞 벙커에 빠진 볼을 탈출 시키려다 그린 넘어 뒤쪽 벙커에 빠지거나, 왼쪽 벙커에서 오른쪽 벙커로 가기도 한다. 벙커샷은 중·상급자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스코어를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되는 기술이다. PGA CLASS A 과정 유학시절 골프장 설계와 코스 디자인을 배우면서 골프장 설계에 있어 등고선의 개념과 조경과 나무의 이용 방법, 지형의 고저차 이용과 벙커와 해저드의 배치에 대한 배움이 골프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다. 골프 코스는 변별력과 골프 재미의 다양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홀 구분(Classicitation) 기준을 반영한다. 능력 밖의 무모한 도전을 하다 위험과 벌타가 있는 홀(penal hole), 진정한 용기와 도전을 유도해 보상이 있는 홀(heroic hole),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접근해야 하는 홀(strategic hole), 두 가지를 혼합한 홀 등으로 구분해 18홀을 설계한다.

코스 디자이너들도 설계 지형과 코스 레이팅을 통해 홀의 길이(파3·4·5)를 정하고 핸디캡(Handicap)을 정한다. 지형과 전장, 핸디캡 여부에 따라 벙커의 모양과 종류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짧은 파 4홀이 핸디캡이 낮은 홀로 표기됐다면 페어웨이 벙커의 위험(페널티)도 있고 러프나 해저드 그린 주변의 벙커 역시 고저차를 기준으로 앞, 뒤, 좌, 우에 배치될 수도 있다. 디자인과 난이도 측면에서 벙커는 일곱 가지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골퍼가 일정한 거리 이상을 넘겨야 하는 Carry Bunker, 한 번에 탈출이 힘든 항아리 모양 Pot Bunker, 해저드 등에 들어가는 볼을 잡아주고 채집하기 위한 Collection Bunker, 경계선으로 구분하는 Definition Bunker, 방향을 지시하는 Directional Bunker, 위험지역이나 OB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구조 개념의 Saving Bunker, 무모한 도전을 자제하도록 하는 Waste bunker 개념 등으로 설계자의 난이도가 반영된다.

이렇듯 골프에서 벙커는 핸디캡과 실력을 분별하는 잔디 이외의 모래에서 스윙을 하는 또 다른 게임이다. 취미 골퍼들은 벙커에 들어가면 긴장부터 하지만 투어 선수들은 평소 충분히 연습하기에 러프에서 하는 것보다 벙커샷을 선호한다. 현대의 골프장은 북유럽의 오래된 골프장에 있는 항아리 모형의 벙커는 많이 없다. 왜냐하면 관리상의 문제, 즉 사람이 매일 직접 들어가서 관리해야 하며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벙커에 레이킹 머신(raking machine) 이 직접 들어가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진입 턱이 낮아야 하기에 현대 골프장은 탈출이 어려운 벙커는 잘 없다.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볼이 OB 지역이나 해저드 지역으로 들어갈 것을 벙커의 도움으로 세이프 됐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벙커가 두렵지 않다.

모든 벙커샷의 80%는 평범한 라이(모래 위에 볼)에서 일어난다는 통계가 있으며, 난이도가 높은 라이는 프라이드 에그(거의 묻힌 상태)와 절반 정도가 모래에 묻혀 있는 경우이다. 라이가 좋을수록(모래 표면 위) 공은 스탠스에서 왼발 쪽으로 위치해야 하며 페이스를 오픈 시켜야 한다. 오픈할수록 타깃보다 왼쪽을 조준해야 하며, 클럽이 샌드를 더 얕게 통과하면 궤도도 높아지고 백 스핀도 많아진다. 라이가 좋지 않을수록(모래에 묻힌 정도) 스탠스에서 오른발 쪽으로 위치시켜야 하며 클럽페이스는 더 클로즈(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다. 타깃보다 오른쪽을 조준해야 하며 클럽이 샌드를 깊게 통과하며 궤도는 더 낮아진다. 현명한 골퍼는 티잉 그라운드에서나 세컨드 샷 지점에서 벙커를 잘 읽는다.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하면 벙커 때문에 골프가 더 흥미롭지 않겠는가?

김영하 파크애비뉴(선암동) 책임지도프로 PGA CLASS A·USGTF 마스터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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