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종 울산 동구의회 의원

울산 동구의 조선업 불황이 몇 년째 계속되면서 새로운 미래먹거리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동구청뿐 아니라 울산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동구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가장 인지도가 높은 대왕암공원이 그 중심에 있다. 대왕암공원은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 끝지점에 위치해 있다. 동해를 배경으로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수백, 수천 덩어리의 돌들이 하나의 무더기를 이루는 듯한 기암괴석이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1990년대까지 울산에서 초·중·고등학생들의 단골 소풍장소였던 터라 수많은 울산시민들에게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울산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대왕암공원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대왕암공원 관광활성화 계획이 본격화하고 있다. 먼저 지난 2004년 수립됐으나 예산문제로 10여년이 넘도록 미뤄져 오던 대왕암공원 조성사업은 지난해 울산시가 대왕암공원 조성계획 변경용역을 발주하며 본궤도에 올랐다. 용역 대상 범위는 대왕암공원 내 공원면적 94만2000㎡ 가운데 현재 설치된 공원시설과 민자상가, 미조성 부분(섬끝마을, 국방부소유, 공유수면)을 제외한 시설부지다. 울산시는 대왕암공원 관광 인프라 확충 사업, 해상케이블카 설치, 복합문화관광호텔 건립을 중점적으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동구는 울산시 해상케이블카 등과는 별도로 출렁다리 조성을 위해 실시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다. 동구 시내와 일산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는 대왕암공원 북측 해안 산책로 구간 햇개비와 수루방 사이 310m 구간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들을 통해 대왕암공원이 울산을 넘어 전국적인 관광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대왕암공원 관광활성화 노력에 찬물을 끼얻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울기등대다. 울기등대는 1906년 우리나라에서 3번째이자 울산에서 가장 먼저 건설됐다. 80여년간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던 ‘구등탑’과 1987년 새롭게 건립돼 현재까지 울기등대항로표지소로 운영 중인 ‘신등탑’이 있다. 특히 구등탑의 경우 구한말시대의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어 등대문화유산 제9호 및 등록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돼 있다.

울기등대는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어 대왕암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관광 상품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왕암공원 산책로에서 울기등대로 진입하는 입구를 3미터 높이의 육중한 철문과 500m에 이르는 담장이 둘러싸고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울기등대를 관리하는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이 출입을 막은 것은 아니지만 담장은 타인의 출입을 금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담장과 철문을 철거하고 전면 개방하라는 동구청과 대왕암공원 지킴이회의 요구에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울기등대는 국가보안시설로, 상시개방하거나 전면 개방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이 관리하는 울주군 간절곶 등대에는 담장도 철문도 없다. 정부도 북한과 9·19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철거하고 파주, 고성, 철원 등 휴전선 인근 지역을 65년만에 개방했다. 또 대통령 별장이자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통제되었던 경남 거제시 저도도 47년만에 일반인에 개방했다.

전국의 지자체가 너도나도 관광산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다. 대왕암공원 관광활성화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과 험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민·관 할 것 없이 모두 한마음으로 노력해도 성공이라는 단어를 붙잡는 것은 쉽지 않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스스로의 기준에 갇혀 동구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울기등대가 대왕암공원의 오점으로 남지 않길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김수종 울산 동구의회 의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