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마이클 샌델은 그의 명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세 잣대를 언급한다. 자유, 공적 이익, 미덕이 그것이다. 어떤 사회 문제는 거의 이 세 잣대에 의해 평가 된다. 장기 기증을 예로 들어 보자. 자유에 가치를 둔다면, 장기 기증은 하는 사람의 자유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기 기증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적 이익을 강조하자면, 장기 기증은 환자와 그의 가족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므로 권장할만하다. 미덕을 잣대로 보자면, 타인을 돕는 행위는 시민이 갖춰야 할 미덕이므로 가치 있는 선택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 세 잣대로 우리는 많은 사회 문제들을 평가해볼 수 있다. 악플을 예로 들어 보자. 우선 악플이 공적 이익을 극대화시켜주냐고 묻는 다면, 긍정적으로 답하기 힘들다. 오히려 악플 받는 사람과 그의 가족 및 지인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준다. 미덕의 관점에서 보자면, 딱히 비난 받을 잘 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자기 눈에 거슬리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악플을 다는 행위는 선한 덕이라고 보기 힘들다. 자유는 어떠한가? 악플을 다는 건 개인의 자유일까? 악플을 달지 못하게 하는 건 표현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인가? 그러나 타인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 이는 취향의 문제도, 자유의 문제도 아니며 이익 산출에 따라 안 지켜도 되는 원칙이 아니다. 그 어떤 자유도 타인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행위 원칙은 문화에 따라, 시대에 따라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상대적인 원칙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불행보다는 행복을 원하고, 안녕을 원하며, 배고픔 보다는 적당한 포만감을 원하며, 추위보다는 따뜻함을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악플은 지양되어야 하며,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힘들 때는 사회적 제도 변화를 통한 일시적인 통제도 유익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생각은 자유와 책임, 의무에 대한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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