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부산에서 개최된 제54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폐막됐다. 경기결과 참여한 17개 시도중 경기도가 1위, 울산은 금메달 2개로 13위 성적을 거두었다. 울산은 과거 어느 시도 못지않게 기능경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높았다. 울산을 대표하는 조선산업은 기능경기를 통해 육성된 수준높은 인력으로 산업발전에 큰 혜택을 보아왔다. 현대중공업이 창립당시 500원권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과거부터 거북선이라는 철갑선을 제조하였던 조선강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선박을 수주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용접 등 조선산업에서 필수적인 직종에서 지금까지 수십개의 메달을 획득하였으며 이는 울산은 물론 한국 조선업 경쟁력에 크게 기여했다.

울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과거에 비해 기능경기에 대한 열기가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흔히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능분야의 쇠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능분야도 시대에 흐름에 맞추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금년 제45회 러시아 카잔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경기직종이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버보안 등 첨단산업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제조업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재인식되고 있으며 이에따른 인력확보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선진국의 경우에는 개도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조분야는 아웃소싱하고 자국에서는 개념설계를 통한 신제품 개발과 정보통신기술, 금융 서비스 등의 고부가 가치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하여왔다.

그러나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 등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제조업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정동 교수 등이 집필한 ‘축적의 시간’에서는 한 나라의 산업은 개발하고 설계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한다.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한 혁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는 미국 등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한다. 중국이 세계 공장으로서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4차 산업시대의 기술명장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 모 대기업의 회장은 일찍이 “제조업의 경쟁력은 현장에 있으며, 현장의 경쟁력은 기능인력과 기술에 있다”고 천명한 바가 있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 세제지원을 하고 외국기업은 미국내 투자하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펴고 있다. 이는 자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제조업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이와 병행하여 숙련기술인 육성을 위해 독일처럼 산업현장과 학교교육을 병행하는 도제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4차 산업시대 기술명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세계 각국이 동일하다. 지난 8월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된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에 역대 최대규모인 68개국 1,348명의 선수가 참여하였다. 중국이 금메달 15개로 우승을 하였고, 러시아는 2위를 차지하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기능올림픽에 참여한 것이 불과 10년 내외이다. 이런 짧은 기간에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기능올림픽을 통한 기술인력 육성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전국기능대회에서 울산의 기술명장 육성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과거 기능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었던 고등학교가 수년전 기능경기 참여를 중단하였다. 그러나 부산대회에서 이 학교 관계자가 기능대회 참여재개를 위해 경기장을 방문한 것을 보았다. 울산은 지금까지 한국의 산업수도로 불리워왔다. 그러나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새로운 먹거리가 없다고 우려하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4차 산업이 제조와 정보기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울산의 미래는 세계 어느 곳보다 우수하게 구축돼 있는 제조업 인프라에 있다고 본다. 울산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른 산업분야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4차 산업과 연계된 새로운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울산지역에서 제조와 정보기술의 융합을 뒷받침할 수 있는 4차 산업시대의 기술명장의 육성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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