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를 시작페이지로 ㆍ 즐겨찾기
전체기사 | 기사모아보기 | 독자투고 | 기사제보 | 알림 | 화촉 | 부고 | 모집 | 자유게시판
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우리사회의 연예권력천편일률로 소비되는 예능프로그램
TV가 바보상자 아닌 지혜상자 되게
연예권력 리드할 시청자주권 행사를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11.05  21:12: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 정신택 남구도시관리공단이사장

가족이 함께 모인 주말 식사 시간. 정성껏 준비한 밥과 반찬으로 분주히 오가는 손과는 달리 모두의 눈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귀도 다른 소리는 듣지 않는다. 모든 감각은 TV예능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늘 나오는 연예인들이 우스운 얘기와 몸짓으로 가족들의 대화를 중단시키고 모두의 집중력을 흡인한다. 그 시간 우리 가정 위에 군림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은 대체 무엇일까? 그 힘의 행사자는 다름아닌 연예인이다.

연예인. 사전적 의미로는 문화 및 예술 분야의 종사자로 대중을 대상으로 연기, 음악, 무용, 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기자, 가수, 모델, 코미디언 등을 일컫는다. 그러한 서비스 제공자들이 우리 가족들에게, 온 국민들에게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심지어는 우리의 시간과 관계를 지배하고 군림하고 있다.

최근에는 TV예능프로그램에서 ‘예능인’이라는 명칭으로 연예인의 개념과 혼용되고 있는 듯하다. 예능인은 영화, 연극, 가요 등의 대중예술에 종사하는 자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따라서 예능인은 예술적 기능을 요건으로 한다. 늘 출연하는 몇몇 사람들끼리 호형호제하며 수준낮은 재담으로 킬킬대거나, 이곳저곳 식당을 찾아다니며 먹고 또 먹는 재주가 과연 예술적 기능일까? 이러한 모습은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말할 수도 없다.

과거 유럽이나 미국에서 유행했던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가 출연자가 넘어지고 자빠지는 등 과장되고 우스꽝스런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과장 뒤에는 풍자를 통해 사회의 병리현상을 보여준다는 콘텐츠가 있었다. 우리는 찰리채플린의 흑백영화 ‘모던타임즈’에서 그런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되는 미국사회에 대한 풍자를 날카롭게 묘사한 이 영화는 지금도 우리에게 분명한 철학과 큰 통찰력을 보여준다.

요즘 방영되는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은 이러한 메시지 없이 단골연예인들의 개인기와 말재주로 시청자들에게 수준낮은 웃음을 안겨주고 때로는 자신의 미숙함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우월감을 자극하기도 하는데, TV를 끄는 순간 우리가 보고 즐긴 모든 기억은 리셋되어 버린다.

이러한 연예인들은 내부서열에 따른 위계질서와 소속 연예기획사, 방송사들을 제외하고는 그들에게 환호하는 일반대중에게는 별 의무가 없다. 그냥 우리사회의 셀레브리티(celebrity·유명인)로서 행동하면 된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한 연예인들은 사회의 셀레브리티로서 인기를 향한 강한 욕망과 쌓아올린 인지도를 기반으로 부와 명예를 한층 공고히 한다.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되기도 전에 너무 일찍 출세해버린 그들 중 일부는 스스로를 통제하는 판단력과 자제력이 흐려져 일반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탈과 타락에 빠지기도한다. 그러나 뉴스에 자주 보도되는 탈세, 마약, 도박, 성접대 등 입에 담기 어려운 행태가 자행되어도 일반인들에게는 엄격히 들이대는 법적잣대가 이상하리만치 그들에게는 관대하다. 상식 이하의 범죄에 대해서도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아예 청구되지 않는 경우도 눈에 띈다.

우리사회에 연예인이 필요치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연예인이 없는 TV프로그램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소위 먹방, 쿡방 등 요리하거나 먹고 또 먹는 빈약한 내용을 탈피해야 하고, 늘 비슷한 수준의 농담과 희언으로 자기들끼리 킬킬대는 저속함에서 벗어나야한다. 보다 수준 높고 창의력 있는 건강한 프로그램으로 거듭나야 한다. 의미없이 대량생산되는 무의미한 허튼 웃음 속에서 우리의 귀중한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우리의 정신세계가 퇴화되지 않도록 방송과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각성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시청료와 광고비, 상품원가에 얹혀지는 모든 비용의 부담자로서 연예권력을 리드할 수 있는 시청자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자녀들에게 TV가 바보상자 아닌 지혜상자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정신택 남구도시관리공단이사장

경상일보, KSILBO

<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카카오스토리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로그인
- 의견쓰기는 로그인후에 가능하며,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부산 대학생 모꼬지 장소 '송정 민박촌' 확 달라졌다
2
전 워싱턴 단장 '애리조나, 류현진과 계약해야…' 제안
3
한국산업인력공단 최유경 감사, 직원들 일일찻집 수익금 울산제2장애인체육관 전달
4
檢, 복제폰 다량 만들어 숨진 수사관 아이폰X 잠금해제 안간힘
5
"동명이인에게 뺏겼다"…30년 만에 나타난 수상한 '땅 주인'
6
文대통령-트럼프 통화…비핵화 대화 모멘텀 유지 공감
7
박항서호, 동계전지훈련 위해 통영 온다
8
靑 "'송병기 제보에 없던 내용 첩보에 추가' 보도, 사실 아니다"
9
"주요 산유국, 하루 50만 배럴 추가 감산에 합의"
10
하동 먹거리 세계인 입맛 사로잡았다…올해 520만달러 수출계약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울산광역시 남구 북부순환도로 17 | Tel 052-220-0515 | Fax 052-224-1030 | 사업자번호 610-81-07906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정환
등록번호 : 울산,아01105 | 발행인 : (주)경상일보 엄주호 | 편집인 : 엄주호 | 등록날짜 : 2018년 4월 23일
Copyright © 2011 경상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