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옥(사진) 시인의 두번째 시집 <lettering>이 나왔다.

작가에게 창작을 한다는 것, 시를 쓰는 것은 ‘오지 않는 것들을 위한, 글자를 도안하고 새기는 일’이다. 고귀한 완결성을 향해 ‘매일을 견디며 살아내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시집 속에는 글과 의미, 상징의 기호마다 통증이 가득하다. 문자가 통점을 지니는 순간 그것들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꿈틀거린다. 시인의 내면을 거쳐 새로운 명(命)을 지닌다는 것은 ‘애칭만큼 닳고 통증만큼 닮은/ 창문을’(‘lettering’)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창문’은 타자의 고통에 동참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세상을 관조하며 느낀 통증을 공유하려는 통로인 셈이다. 이 시집을 꿈틀거림으로 가득한 창문이라 말한다면, 박정옥 시인은 그곳을 통해 살아있음을 알리려는 사물의 몸짓을 띄우고자 하는 것이다.

박 시인은 2011년 ‘애지’로 등단했다.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시집으로는 <거대한 울음>이 있다. ‘변방동인’ 회원이며, 2015년 한국출판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지원금을 받았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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