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대상으로 확정되며

사업지연 우려 깊어지자

울산시·한수원 대책 모색

예타면제 새 논리 찾아내

추진절차도 간소화될 듯

2021년 착공 청신호 기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사업으로 확정돼 예기치 못한 관문을 하나 더 넘어야 할 상황에 처했던 ‘원전해체연구소 건립 사업’이 비영리 출연사업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난제가 해결되는 국면이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불확실성 제거 등 사업의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울산시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울산시와 부산시가 공동 유치한 원전해체연구소(신고리 7·8호기 예정부지 인근)를 비영리 출연사업으로 추진한다. 한수원이 이같이 결론 내린 배경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공기업이 시행하는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국고 지원액과 공공기관 부담액을 더한 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사업은 기재부의 예타 조사대상으로 분류된다. 다만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이나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은 예외적으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산업부가 추산한 연구소 건립비용은 2400억원으로 예타 대상이다. 산업부는 당초 예타면제 대상사업으로 연구소 건립을 밀고 나갔다. 설계수명 만료로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의 안전한 해체를 돕고 국내외 원전해체시장의 성장에 미리 대비하는 핵심 인프라로, 예타 면제 단서조항에 들어간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예타면제 결정권을 쥔 기재부는 지난 8월 산업부의 요구와 달리 예타 대상 사업으로 확정했다. 경제성을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연구소 유치를 계기로 원전해체산업을 미래 핵심먹거리로 육성하려던 울산시는 불확실성 출현과 사업 지연 등 우려가 깊어졌다. 예타를 받게 되면 2023년 완공예정인 사업의 기간이 1년 정도 연장되는 데다, 무엇보다 2016년 이미 한차례 예타(경제성 0.26)에서 좌절됐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결정을 뒤집을 대책이 필요했다. 사업 주관인 한수원과 울산시 등은 고심 끝에 ‘비영리 출연사업’에서 해법을 찾았다. 한국전력이 전남도에 추진하고 있는 ‘한전공대 설립 사업’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전공대 사업도 총사업비가 5000억원으로 예타 대상 사업으로 분류됐다. 한전과 전남도는 정치권까지 동원해 ‘비영리 출연사업’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해 예타면제 사업으로 결정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했고, 기재부가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하는 데 이른다. 법제처는 최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제3자에게 수익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출연이 예비타당성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기재부의 질의에 ‘조사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비영리 출연사업이면 예타가 면제된다는 해석으로, 한수원과 울산시는 이를 근거로 원전해체연구소를 비영리 출연사업으로 추진하기로 전략을 세운 것이다. 기재부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예타면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확실시된다. 절차도 매우 간소화돼 한수원 이사회의 자체 심의·의결만으로도 추진이 가능하다. 울산시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달중으로 사업계획을 확정짓고, 다음달 비영리 출연사업으로 이사회에 상정한다. 이에 따라 연구소 건립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수원은 내년 12월까지 기본·실시설계를 진행하고, 2021년초 착공할 예정이다. 2022년 말 완공하고, 2023년까지 장비를 구축해 기술연구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연구소는 울산을 원전해체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따라 향후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업무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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