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지역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과 국립3D프린팅연구원이 모두 물건너가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 뿐 아니라 야당 대선 후보자까지 한목소리로 약속한 사항이다. 그런데 정권의 절반을 돌아서면서 가속도를 붙여야 할 이들 연구원 설립이 사실상 포기 수순을 밟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끌어온 울산시가 대기업의 생산공장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으로 선택한 R&D 강화가 요원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은 문재인 후보의 울산 1호 공약이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성격이 비슷한 기존 연구소와의 중복성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면서 사실상 백지화했다. 산자부는 대전에 있는 해양수산부 산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부산대의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 등이 울산시가 추진하는 조선해양플랜트연구소와 유사하다고 보고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려는 입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시는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부설기관을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마저도 해수부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립3D프린팅연구원 설립도 울산시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사업이다. 그런데 내년도 정부예산안으로 요청했던 연구원 설계비 10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2014년 이후 정부출연연구소 신설 허가를 내준 적이 없다며 그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것이 과기부의 입장이고 보면 국립3D프린팅연구원 설립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울산시는 규모를 대폭 축소, 3D융합기술센터로 변경했으나 이 마저도 내년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시는 국회 증액을 통해 테크노산단 산학융합지구에 3D융합기술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과기부와 기재부 모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국회의원들이 예산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은 울산이 세계 1위 조선도시의 위상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인프라다. 미래선박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산업현장을 끼고 있는 울산에 국립 연구원을 두는 것이 당연지사다. 국립3D프린팅연구원은 신산업인 3D프린팅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미 기초가 마련돼 있는 울산에 설립하겠다는 것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약속이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연구원 설립은 물론 3D융합기술센터 예산마저 삭감한 정부는 3D프린팅 산업 육성을 위해 대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인가. 우리나라 산업수도인 울산은 기존 산업의 첨단화와 신산업육성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도시다. 이 두 과제의 해결에 조선해양플랜트와 3D프린팅의 R&D 기능 확보는 필수다. R&D 없이는 산업도시의 미래도 없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