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광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김장철이다. 밥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 김장을 담그는 일은 겨울부터 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기본 반찬을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풍습이다. 김장은 봄까지 먹을 김치를 한 번에 담는 까닭에 재료를 구입하여 손질하고 절인 배추와 양념을 버무리고 김장독에 넣어 보관하기까지 혼자서 하기에 무척 어려운 일이다. 또 재료들과 양념을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김장법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이웃이 모여 품앗이로 김장을 담갔다는 점은 공통적이며 매우 정겨운 풍습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때 김장을 담그는 집에서 돼지고기를 삶아놓고 김장김치와 함께 먹도록 하는 것은 지금도 전해지는 미풍양속이다. 과거에는 김장이 끝나면 함께 도와준 이웃에게 절인 배추나 남은 소를 나누어주고 겉절이를 나누어주기도 하였다.

세대를 이어오며 이웃을 하나로 연결해 주고 나눔을 실천하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이자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문화인 김장은 이런 점을 인정받아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요즈음에는 사시사철 김치를 구입할 수도 있고, 식생활 양식도 많이 변하여 ‘김장이 겨울의 반양식’이라는 말이 퇴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겨울나기 준비는 김장이다. 그리고, 지금도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겨울나기 준비가 어렵다.

매년 소외된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지역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SK(주)울산CLX는 2004년부터 16년째, S-OIL(주)울산공장은 2007년부터 13년째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와 함께 매년 2000여 저소득 세대와 사회복지시설에 김장김치를 나누고 있다. 이 두 기업은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빌어 직접 김치를 만들고 전달까지 한다. 이들은 품앗이로 만들어온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김장’의 의미와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올해도 우리 센터는 두 기업과 함께 11월21일과 26일 김장나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김치로 겨울을 보낼 이웃들을 생각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훈훈한 마음에는 어느 꽃보다 붉고 예쁜 김치 꽃들이 피어난다. “날씨가 추워야 김장김치가 제대로 된다”는 유쾌한 수다는 마치 김장에 들어가는 양념 같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만드는 날은 맹추위에도 가슴 가득 따스함이 스며든다. 힘든 김장을 마치고 자원봉사자들끼리 둘러서서 갓 버무린 김장김치에 싸 먹는 뜨끈한 수육의 맛도 품앗이로 나누던 과거의 맛과 다르지 않다.

비단 이 두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 여러 기업들과 기관, 단체에서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이웃을 위한 김장 나눔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이 봄까지 반찬 걱정 없이 겨울을 날 만큼의 양은 아니다.

김장에는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한국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가치가 내재돼 있다. 더 많은 기업과 시민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김장 나눔에 참여하여 모두가 살기 좋은 아름다운 울산의 문화를 꽃피워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랑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김치 꽃이 활짝 피었다.

정보광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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