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는 2016년 8월 장생포에 있는 세창냉동창고 건물을 25억원에 매입했다. 애초의 목적은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 조성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리모델링을 통해 ‘A(ART)-팩토리’라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드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 후 지난 3년여동안 용역비와 안전진단, 장생포예술창작소 건립, 유물수집, 3차에 걸친 테스트베드 사업 등이 진행됐다. 예산은 울산시지역발전특별회계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지원금 20억원을 받았고 남구의 예산까지 합쳐 매년 20억~47억원씩을 투입해 지금까지 94억여원이 들어갔다.

사실상 애초의 건물매입 목적과 달리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된다고 할 때부터 위치의 적절성이나 성공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은 이 건물의 바로 앞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이 열린 부지라는 장소성이 있기 때문에 타당성이 없다할 수는 없겠으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는 접근성면에서나 환경적으로도 결코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고래를 테마로 장생포를 문화관광단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워낙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고 ‘A-팩토리’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겠으나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공간이 관광지가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도시들에서 공장 리모델링을 통해 문화공간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사례는 많다. 하지만 공장을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세창냉동공장도 건물만 보면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수시로 찾을 수 있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어야 비로소 성공한다는 것이다. 외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세계적인 공연이나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면 모를까 일반적인 공연장과 전시장, 테마카페, 얼음테마관 등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으겠다는 발상은 아무래도 무리다. 고래박물관, 고래마을, JSP웰리키즈랜드 등 장생포에 수천억원을 들여 관광자원을 조성해왔지만 방문객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울산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13일 ‘새창냉동창고 리모델링 사업 원점 재검토하라’는 울산시민연대의 기자회견은 백번 타당하다. “사업비 외에 앞으로 매년 12억원의 운영비에 대한 우려”도 당연하다. “공공기관의 사업이 수익성만을 따져서는 안되지만 공익성에서도 의문부호가 남는다”며 “민선 6기부터 7기로 이어지고 있는 낭비성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한다. 다만 이같은 지적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장생포 지역의 관광단지화에 대한 지속투자는 물론이고 울산 전역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문화(적) 사업에 대한 시민단체의 냉정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지적과 함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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