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이래 수의계약 방식 고수
최근 위법성 제기돼 전환키로
시"공정성 확보·임대료 현실화"
기존 상인들 영업권 뺏기고
임대료 상승 우려 강력 반발
울산시청 방문 항의 시위도

▲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소매동 상인들이 14일 울산시청 본관 출입문 앞에서 수산소매동 점포 임대 입찰 방식에 반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도현기자 gulbee09@ksilbo.co.kr

울산시가 13년간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농수산물도매시장 소매동 점포 임대 방식을 입찰로 정상화하는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이에 영업권을 빼앗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기존 상인들은 생계를 위협하는 조치라며 실력행사에 나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울산시는 15일 농수산물 도매시장 수산소매동과 청과소매동 점포에 대한 입찰을 공고한다고 14일 밝혔다. 입찰 마감은 이달 25일이며, 26일 개찰하면 점포주가 결정된다. 수산소매동과, 청과소매동 2개로 구성돼 있다. 입찰 대상 점포수는 수산소매동 74개, 청과소매동 71개 등 총 145개다. 입찰방식 도입은 공유재산법에 따른 조치다.

시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이 개장한 1990년 3월부터 지금까지 수의계약 방식을 고수했다. 1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졌고, 시는 기존 상인들에 계약의 우선권을 줬다. 2006년 공유재산법이 개정되면서 수의계약이 불법이 됐지만, 시는 수의계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이 수의계약의 위법성을 제기하며, 수사기관(검찰, 경찰)에 진정 및 고발하면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시 감사관실은 감사(2018년 11월19~23일)를 했고, 공유재산법 위반을 확인해 담당 공무원 5명을 감봉 등 징계조치하는 데 이른다. 울산시는 정상화에 나섰고, 지난해 11월 입찰방식으로 전환키로 하고 상인들에게 통보했다. 공정성 확보에다 입찰로 임대료가 현실화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그러나 상인들은 사실상 영구적으로 가져온 영업권을 빼앗길 수 있는데다, 자신들이 낙찰된다하더라고 경쟁입찰에 따른 갑작스런 임대료 상승(울산시 연간 2000만원 예상)을 우려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1년간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최근 상인들은 입찰 도입을 추가로 늦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화재 피해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1월24일 수산소매동은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화재로 점포를 잃은 상인들에게 울산시는 상하수도, 전기, 통신시설 등 갖춘 임시영업장을 마련해 줬고, 상인들은 자비 1500만~2000만원을 들여 수족관 등 필수 비품을 구입해 화재피해 일주일 뒤(1월30일)부터 장사를 다시 시작했다. 점포당 화재보험금과 구호금으로 울산시가 지급한 1912만원이 상인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입찰에 탈락하게 되면 임시영업 시설 투자비용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는 논리다. 상인들에 따라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6년까지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불가’ 입장이다. 또 상인의 요구를 수용하면, 시가 불법 행정을 하는 것이고, 공무원이 또다시 징계를 받게 된다는 당위성도 들었다.

양쪽이 첨예한 의견차를 보이던 중, 법령 검토를 끝낸 울산시가 입찰 공고에 나선 것이다. 상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 70여명은 이날 울산시청을 방문해 항의 시위를 했다. 이들은 “송철호 시장은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시장과 대화를 요구하며, 시청 직원들과의 대치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입찰 공고를 취소하기 전까지 시위를 이어간다는 입장인 반면, 시는 입찰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임시영업기간을 추가로 주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법적 검토를 했지만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비합리적으로 과도하게 임대료가 상승하는 입찰 결과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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