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통계청과 협업해서 기존 사업체 단위에서 기업단위로 조사기준을 바꿔 처음으로 발표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전국 중소기업 수는 2017년 말 기준으로 629만9512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중소기업의 종사자수는 1599만1410명으로 전체 기업종사자(1929만명)의 82.9%를 차지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근간이며 일자리의 원천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중장기경제개발계획을 통해 경제발전 전략을 도모했으며, 이를 위해 대기업이 중심이 된 산업별 육성전략을 통해 성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중소기업간 수직적인 원·하청 구조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관련 산업분야의 대기업이 국가경제를 이끌고 나가는 외끌이 경제구조가 되었고, 중소기업은 수적인 규모에 비해 대기업에 의존하는 열악한 재무구조와 연구개발 능력저하로 독자적인 글로벌 경쟁력은 점점 부족해졌다. 그리고 어려워진 대내외 경제여건과 일본수출규제와 같은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력이 다소 미흡한 실정이다.

울산은 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 중심의 원·하청 구조가 산업구조 전반에 뿌리깊이 박혀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해도 판로확보가 쉽지 않아 기술개발이 타지역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 대기업의 구매가 확보되지 않으면 기술개발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신제품을 개발하면 대기업에서 관련 자료를 요구해 적당히 수정한 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례를 경험한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말도 못하는 상황도 있다. 그러다보니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간접적인 근거로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R&D사업 과제 참여율이 2016년 1.1%, 2017년 1.1%, 2018년 1.4%로 저조할 뿐만 아니라, 기업 부설연구소의 보유비율도 울산지역 중소기업의 0.68%만이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기술개발 이외에도 인력, 자금, 판로 등 중소기업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어려운 여건에서 중소기업이 기업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응하고 경쟁력유지를 위해서는 ‘단독’보단 ‘상생’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과거 단순한 원·하청 구조에서 벗어나 진정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대·중소기업 모두 경쟁력 확보에 훨씬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은 기술력 향상과 매출구조의 안정화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쌍끌이 경제구조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대기업에서는 이미 많은 상생모델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박영선 장관 취임 이후 ‘상생과 공존’을 부처의 철학으로 삼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대기업과 함께 ‘자상한 기업’ 발굴·지원,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을 위한 스마트공장 구축, 상생결제 제도 및 성과공유제로 결제관행 개선 및 공동협력 강화, 분사창업 장려 및 인력수급 지원을 위한 교육인프라와 내일채움공제 적립금 지원과 같이 생산·고용·창업 등 중소기업 경영에 필요한 전 분야에 함께 하고 있다.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도 현대중공업, 동서발전, BNK경남은행과 중소기업간 상생모델을 구축·운영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업무협약을 맺어 기술 멘토링, 협력사 등록, 구매보장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동서발전과는 지역 강소기업을 위해 기술개발, 판로, 마케팅,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역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BNK경남은행과 함께 자금 및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지능을 결합해 연결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연결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결합되어 사회, 경제에 혁신을 가져온다. 중소기업은 자금, 판로, 인력, 기술 등을 다 혼자서 할 수 없다. 지역사회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연결의 힘’과 ‘관점의 이동’이 필요한 때이다.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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