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고대 중국 수학을 집대성한 <구장산술>이 토지의 면적, 조세, 건축이나 토목 등 실생활의 문제를 다룬 것처럼 중국에서는 수학을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인 학문으로 보고, 산술적 계산 중심의 수학이 발전했다. 이것은 정의, 공준, 공리를 기초로 연역적 논리전개로 수학적 성질을 체계적으로 증명한 유클리드의 원론으로 대표되는 고대 서양의 수학과 대비가 된다.

학문의 발달은 외부의 문화 현상과 유관하게 움직인다. 서구 사상에는 존재론적 인식에 기인하여, 절대 진리의 존재 여부와 인간의 그것에 대한 인식 여부 등이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이것이 수학에 반영된 것이 수학에서의 존재성에 대한 이론이다. 그와 달리 중국 사상에서는 초월적인 존재나 본질은 인식 불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중국에서 ‘기하(幾何)’란 ‘원둘레가 얼마인가(問爲圓周幾何)’에서 유래되었다. 즉, 기하는 ‘양이 얼마냐’라는 물음으로 중국에서 기하학이란 양의 문제를 따지는 학문으로 시작하였던 것이다. 이는 그리스의 기하학이 실생활에 관계없이 순수한 추상의 세계가 대상이었던 것과 사뭇 다르다.

방정식과 관련해 서양에서는 방정식 해의 존재와 그 증명이 매우 중요한 문제였던 것에 비해, 동양에서는 방정식 해의 존재성을 따지기보다는 해가 있다고 가정하고 계산하여 구하는 것이 우선됐다. 기하학적 문제를 양의 문제로 본 동양에서는 기하학적 문제를 방정식을 이용해 풀었다. 풀이 과정에서 음수 개념이 나오기도 했는데, 음양사상을 문화적 바탕으로 둔 동양인들은 양수에 대응하는 음수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3세기 중국 수학자인 유휘가 검정막대와 빨간 막대로 양수와 음수를 표현했던 것과 달리, 서양인들은 18세기가 되도록 음수의 개념을 어려워했다고 한다. 브라마 굽타가 7세기에 음수의 사칙연산을 발표했는데, 수학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프랑스의 대문호 스탕달은 그의 자전적 소설 <앙리 브륄라르의 인생>에서 ‘음수 음수=양수’를 끝내 이해하지 못했으며, 여하튼 그는 수학자가 되지 못했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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