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석 울산남부소방서장

2019년 기해년이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흔히 그 해 여름이 더우면 더울수록 겨울도 추워진다고 하는데 올 겨울 날씨는 사상 최악의 한파가 예상된다고 한다. 겨울철은 전기장판이나 난방기 등의 사용이 급증할 뿐만 아니라 온열기구의 부주의한 사용으로 화재 발생률이 급증하는데 올 겨울은 기록적 한파로 더 걱정스럽다.

2018년 울산소방본부 통계에 따르면 총 1432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중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전기 화재)가 247건(20.2%)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월별 통계에서도 10~12월 화재가 67건, 1~3월 화재가 180건으로 겨울철로 들어서면서 화재건수가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부드럽고 푹신하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라텍스. 하지만 라텍스 제품은 열 흡수율이 높아 전기장판과 같은 전열기구를 위에 놓고 사용할 경우 화재위험이 높아진다. 라텍스 소재의 매트리스 사용이 증가하면서 최근 3년간 라텍스 소재 매트리스와 전기장판을 함께 사용한 화재사고가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울산에서도 2016년 19건, 2017년 25건, 2018년 22건 등 전기장판(라텍스 매트리스) 화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매트 위에 깔아둔 전기장판이 과열, 전선피복 상태 불량으로 인한 누전, 온도조절기 고장 등 제 기능을 못하면 열이 축적되기 쉬운 라텍스 소재 침대 매트가 영향을 받아 불에 타면서 화재가 발생한다.

한 방송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라텍스 매트와 전기장판을 함께 깔고 이불을 덮은 상태에서 6시간이 지나면 100℃까지 온도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라텍스의 주 원료인 천연고무는 열을 받으면 녹거나 열이 가해지면서 화재위험성이 증가한다.

또한 라텍스는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해 열이 가해지면 매트리스의 수명이 짧아지고 기능이 저하된다. 반면 일반 이불의 경우에는 40~80℃ 정도로 라텍스 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았다.

이처럼 하루 평균 2번 꼴로 발생하는 겨울철 전기 화재 예방을 위해 어떤 예방대책을 해 나가야 할까. 일단 전기장판은 열 축적률과 인화성이 높은 라텍스 매트리스와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장시간 사용을 금하고 전기장판 온도를 낮춘다. 전기장판은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전원을 반드시 차단한다.

또 낡은 전기장판은 온도조절이 어렵고 내부 열선이 파손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화재 위험이 커지므로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고한다. 전기장판은 안전인증 제품인지 확인하고 어린이, 노약자, 환자의 경우 저온화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기장판을 보관할 때 접어서 보관하면 내부 열선이 손상되어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둥글게 말아서 보관해야 한다. 접어둔 전기장판 위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둘 경우 압력이나 충격이 가해지면서 내장된 열선이 끊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전기장판을 방 안에 펴 두는 경우 라텍스 매트리스와 함께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전기장판 조절기를 발로 밟거나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고 전기선은 잘 정리해 두고 주변 먼지는 잘 청소해 준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말이 있다.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땔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뜻으로 화재가 발생할 화근을 미리 없애고 재앙을 미리 방지하자는 고사성어다. 이처럼 각 가정에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화재 예방대책을 세운다면 충분히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시민들이 전기제품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이 자리 잡고 화재발생 요인을 사전에 꼼꼼이 점검한다면 보다 더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내 가족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습관, 다시 한번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땔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길 때이다. 정진석 울산남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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