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론 팽팽한 국제영화제 추진
영화·영상은 고부가 가치 산업
문화정책은 장기적 안목·플랜을

▲ 홍종오 영화감독 울산광역시영화인협회장

19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버나드쇼(george Bernard Shaw)는 극작가 겸 소설가, 비평가로서 1892년 영국 극단에서 최초의 문제작이 된 ‘홀아비의집’으로 인정 받은 후 다양한 작품에서 승승장구하며 극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버나드쇼는 사후 대중들에게 그의 이력보다 묘비명에 새긴 문구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로 더 알려졌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올 해 가장 큰 문화 이슈는 ‘울산국제영화제 개최’가 아닐까 한다. 올해 초부터 용역이 발주되어 최종 공표와 예산 심의에 이르기까지 여론의 중심에 있었고 지금도 개최 여부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찬성하는 쪽은 울산을 대표할 국제 행사와 연관한 문화사업 활성화 및 관광사업을 내세웠다. 반대 입장은 인근 부산에 이미 국제영화제가 있고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있는데 지역에서 국제영화제의 경쟁력이 있겠는가에 대한 회의론적인 시각이다.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누구도 이견을 조정할 여지가 없기에 결국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내년 개최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제영화제 용역 시작부터 최종 보고회까지 참여하여 느낀 점은 모든 문화정책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태화강의 기적은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2004년부터 개발 계획이 시작된 태화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막대한 예산 투입에 반대 여론도 많았다. 그러나 15년 동안 지속적인 재정 투입과 노력과 긍정의 시선, 그리고 과감한 지원 정책의 결과로 ‘2호 국가정원’이라는 성과를 거둬냈다. 전국 어디에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심의 생태 하천이라는 혜택을 후손들이 누리게 된 것이다.

태화강의 기적에서 보듯, 문화 발전을 위한 정책 또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와 IT환경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주변 지자체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구시의회와 광주시의회는 2019년 2월과 6월 지역 영상·영화산업의 육성과 최근 대두되고 있는 1인 크리에이터 지원을 위한 ‘영상·영화 진흥 조례’를 발의했다. 이어 장기적 발전을 위해 3년마다 영상·영화 진흥 시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정책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영상·영화 진흥위원회’를 구축하기로 했다.

춘천시는 춘천을 영화특별시로 만들기 위해 2019년 영상산업 육성조례를 제정하고 ‘영상산업위원회’를 만들어 50억 규모의 촬영스튜디오 2개동과 오픈 세트장 1개동을 건립하여 남양주 종합촬영소의 부산 이전에 따른 수도권 세트장의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문경시는 올해 5월 영상진흥위원회를 발족하고, 촬영지 마케팅 차원에서 영화와 드라마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만화·웹툰 문화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 지역 웹툰 작가의 확대와 다양한 문화 환경 조성을 위한 제1회 ‘경남 만화·웹툰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다.

이처럼 주변 지자체들은 영상문화콘텐츠산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인식,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상·영화 산업은 다양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젊은 문화 콘텐츠 산업이다. 영상산업 경쟁력 강화와 시민의 문화생활 향상,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대전과 울산은 노잼 도시로 SNS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노잼’이란 영어의 ‘NO’와 재미의 줄인 말 ‘잼’의 합성어로 ‘재미가 없다’는 신조어다. 축제의 도시 울산이 재미없는 도시의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울산과 여건이 비슷한 여수는 그 반대 도시다. 지역의 문화 정책은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라는 버나드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 하다가 도태되지 않기를 바란다.

홍종오 영화감독 울산광역시영화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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