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자체가 작품인 부산현대미술관
2년뒤 개관 예정인 울산시립미술관도
수준높고 혁신적인 작품들로 채워지길

▲ 홍영진 문화부장

명화(미술품)는 어떤 기준으로 판가름 될까. 밀리언셀러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명화를 결정하는 다섯가지 힘>에서 단순한 그림을 우주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탁월한 ‘표현력’, 누구도 흉내내거나 침범할 수 없는 확고한 ‘스타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자기세계’, 캔버스의 좁은 틀을 벗어나 현실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독특한 ‘아이디어’, 미술사라는 무림에서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게 해주는 ‘몰입’의 정도에 달렸다고 했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개관 예정시기는 2021년 12월이다. 지난 여름 미술관 부지에서 착공식이 열렸으니, 조만간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건축 행위가 시작되면서 우리 마음을 두근두근 설레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시민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과정이 또 있다. 울산 첫 공립미술관의 첫 소장품 목록을 채우는 일이다. 울산시가 이제 곧 미술품 구매에 나설텐데, 각각의 미술품이 리스트에 오를 때마다 해당 작가의 면면은 물론 작품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지역 미술계는 물론이고 미술관을 기다려 온 애호가들에 의해 도시 전체가 또한번 술렁이게 될 것 같다.

미술관 소장품이라고 하면 보통 평면 그림만 떠올리기 쉬운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디지털 미디어와 혼합된 설치미술이 상당하고 예전 같으면 도저히 미술품이라 말하기 어려운 혁신적인 작업도 소장품 대열에 많이 합류한다. 울산시립미술관의 지향점은 첨단과학과 미술문화를 전면에 내세워 도시 전체에 인문학의 바람을 불어넣는데 있으니, 아마도 소장품 중에는 이를 실현시킬 상징적인 작품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전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이 꼭 그랬다. 미술관 건물은 푸른 화초들로 사방이 완벽하게 둘러싸여 있다. 알고보니 외벽 시설물이 아니라 프랑스 작가의 ‘수직정원’이라는 설치작품이다. 실내공간에서도 희안한 작품을 만났다. 대형작품을 안으로 들여놓는 출입구 위치에 육중한 철문 대신 밖이 보이는 반투명 도어를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반투명 도어 역시 건축시설이 아니라 ‘꽃밭명도’라는 제목의 소장품이라고 했다. 건축시공 단계에서 건축물의 구조를 파악해 미리 작품을 제작하는, 일종의 커미션 워크다. 필요에 따라 전시장 안에서 미술관 밖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자연채광 가능한 전자동 투명 도어를 설치한 것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제대로 문을 열려면 전통적이든, 혁신적이든, 이같은 소장품이 최소 100점은 돼야 한다. 이는 정식 등록미술관이 되기위한 법적 요건이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울산시 박물관 및 미술관 기금 조례’를 만들어 올해까지 75억원을 조성했다. 내년에는 50억원의 신규 예산을 더 투입해 총 125억원으로 규모를 키우게 된다.

다른 기금 제도는 조성금액의 이자 수익만 사용할 수 있는데, 유물과 소장품을 구입하는 이 기금제도는 유달리 조성금액 전부를 사용할 수 있다. 울산시는 이 기금은 최대 200억원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기금운용 기간은 2021년까지. 물론 연장 여부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운영조례 대로라면 미술관이 개관할 때까지 약 2년 안에 최대 200억원 예산을 오로지 미술품 구매에만 사용하는 것이다.

이달초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담당공무원은 “‘꾼’들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심의장치를 마련해 반드시 좋은 작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 높은 작품이 과연 공정한 과정을 거쳐 우리 품에 안길 수 있을 지, 시립미술관으로 또다시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영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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