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수 울산판화협회 회원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한 기온변화가 있다는 것도 축복받은 일이다. 겨울이 다가왔다. 눈 위에서 타는 것은 썰매. 그리고 스키가 있다. 얼음 위에서는 스케이트를 탄다. 강원도나 경북 산간지역에는 겨울운동 환경조건이 좋다. 겨울이 되면 기온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릴 때 추수를 끝낸 논 한쪽 얼음 위에서,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타며 하루 종일 놀았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는 논에 일부러 물을 대어 얼음장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벼를 베고 난 잘린 뭉치가 얼음 위로 올라왔어도 피해가면서 잘만 탔다. 빠져서 옷이 젖으면 불 피워 말리느라 옷의 일부가 타버렸다. 엄마에게 혼 줄이 난 기억도 있다.

몇년 전 율리 못에서 두현마을 앞으로 흐르는 개천 응달에 얼음이 얼었다. 응달인 관계로 얼었던 얼음이 쉽게 녹지 않았다. 그곳에서 조카들과 스케이트를 탄 경험도 있다. 날씨가 추워지기 기다려지지만 이곳 울산의 날씨는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인공얼음장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선 울산대공원 풍요의 못 아래 작은 연못이 있다. 자연 그대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공원 측에서 허락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물이 얼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돌을 던진 흔적이 있어 스케이트를 타지 못했다. ‘겨울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니 돌이나 이물질을 던지지 마셔요’라는 안내판 한 장 붙이면 된다.

스케이트를 타기 위한 얼음 조건은 물이 얕아야 한다. 얼음이 깨어져 빠져도 무릎 반 높이 정도의 깊이면 안전하다. 그러나 공원 측은 관리상 안전문제로 접근을 막고 있다. 겨울에는 물만 좀 줄여 수위를 낮추면 되는 일이다. 오늘아침 확인하니 물오리가 놀고 있다. 그들의 놀이터를 빼앗으면 안된다. 근처 넓은 흙마당을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남구 쪽의 또 다른 장소를 생각해 보았다. 태화강 주변에는 삼호주차장 근처의 잔디밭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우선 물막이 소형 둑을 만들고 냉매장치를 깔면, 추운 날이 아니어도 인공 얼음을 만들 수 있다. 안전도 보장된다. 이듬해 봄 잔디의 생존이 어떨지 모르겠다.

또 다른 장소는 태화강 고수부지 샛강도 생각할 수 있다. 이곳에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수위가 깊다. 또한 곁에 넓은 흙마당이 있어 이곳이 더욱 안전하다. 물론 냉매장치를 깔아야 한다.

북구는 동천강 고수부지에 많은 후보지가 있다. 동구는 실내스케이트장이 있어 다행이다. 필자가 이렇게 스케이트장 때문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요즈음 아이들은 날씨가 추우면 게임한다고, 또는 TV에 빠져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성장기 아이들은 적당한 햇볕도 쬐어야 한다. 그리고 움직이는 운동도 해야 한다. 춥다고 집안 난방기 근처에 앉아서 책만 보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재미있게 운동하면 즐겁다. 겨울운동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 울산에서는 이런 겨울 운동을 장려했으면 한다.

요즈음은 우리 할아버지 같이 겨울놀이의 장을 만들어 줄 수 없다. 스케이트를 탈려면 가까운 경주의 형산강 얼음장으로 가야만 한다. 요즈음 리모델링하는 공사현장에 쓰고 남은 목자재들이 많다. 앉은뱅이 스케이트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학교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망가져서 쓰지 못하는 책상 상판 하나 구해 반으로 잘라서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울산시설공단에서는 지금도 늦지 않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시민전체의 놀이터로 준비했으면 참 좋겠다. 그리 많은 경비도 들지 않는다. 손자가 이제 걸음을 걷는다. 넓은 공터에서 연을 날리고, 꽁꽁 얼은 빙판에서 앉은뱅이 스케이트에 손자를 태우고 밀고 끌고 다니는 그런 소박한 겨울이 기다려진다.

박현수 울산판화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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