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준공하기로 한 지가 20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입주를 못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요?” 지난 7일 오전 울산시청과 남구청 앞에서는 울산 남구 야음동의 호수공원 대명루첸아파트 입주예정자들 70여명이 집회를 갖고, 시공사인 대명종합건설과 행정기관을 규탄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이들은 두시간여동안 입주지연 사태의 당사자인 건설사뿐 아니라 인허가 기관인 울산시와 남구에 대해서도 목청을 높였다. 이들의 외침에서 건설사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이제는 행정기관으로 옮겨가는 듯했다.

야음동 호수공원 대명루첸아파트 사태가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장기화 하고 있다. 호수공원 대명루첸아파트는 지난 2015년 11월 착공돼 당초 2018년 4월께 준공 및 입주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1년9월째 입주가 미뤄지고 있다. 아파트 입주 지연사태가 무려 2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준공시기를 못맞춰 1~2개월 정도 입주지연이 발생하는 경우는 있으나 이처럼 20개월 이상 늦춰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 아파트가 이렇게 장기간 준공 및 입주 지연사태가 빚어지고 있는데는 시공사인 대명종합건설사에 대한 입주예정자들의 뿌리깊은 불신과 양측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2015년 당시 울산지역 최고 분양가인 3.3㎡당 1300만원대에 분양된 이 아파트는 전체 871가구 중 520여가구가 분양됐으며, 분양 받은 계약자들은 고가분양에도 내집 마련에 대한 부푼 꿈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준공은 준공 예정일인 2018년 4월을 훌쩍 넘겼고, 이때부터 갈등과 불만이 쌓이기 시작해 결국 3개월 뒤 사전점검에서 갈등이 폭발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당시 “설계변경 신청도 없이 임의로 사양보다 낮게 시공은 물론 오시공·미시공이 수두룩 하고, 분양시 서비스 면적, 층고 관련 과장광고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며 사전점검 재실시를 촉구하며 반발, 양측의 몸싸움 끝에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 이후에도 아파트 품질과 입주방해 등을 놓고 입주예정자들과 건설사의 갈등은 지속됐고, 준공 및 입주는 하염없이 미뤄졌다. 이로 인해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원룸과 고시텔, 본가 및 처가 등을 떠돌아 다녀야 했고, 급기야 국민청원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과 불신은 해소되기는 커녕 심화됐고 입주자들간 갈등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시공사와 입주예정자들이 갈등을 빚으며 장기간 입주지연 사태 등 지역사회 현안이 되고 있음에도 울산시와 남구 등 행정기관의 중재노력은 부족하다는데 있다. 시와 남구는 “우리도 여러 차례 중재를 했으나 양측의 입장차가 큰 데다 완고해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 입주예정자들이 울산시에 요구하고 있는 ‘공동주택 품질검수 제도’의 경우도 지난해 울산시가 두 차례나 건설사에 요청을 했으나 건설사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야음동 대명루첸 사태는 4월이면 만 2년이 된다. 남구뿐 아니라 울산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울산시와 남구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과 함께 시공사와 입주민간 허심탄회한 대화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stevecha@ksilbo.co.kr

차형석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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