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원도심의 해묵은 숙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7월에만 해도 국토부의 ‘공사중단 건축물 선도사업’ 공모에 선정돼 중구와 LH가 나서 문화복합시설로 리모델링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부동산개발회사가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완전히 매각절차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으나 이 사업자는 “건물 소유주와 채권자의 유치권 행사 등 복잡했던 이권관계를 모두 해소했다”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영화관과 키즈몰이 포함된 복합상가로 꾸미겠다”고 밝혔다.

크레존은 원도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던 옛 상업은행 건물이다. 상업은행이 문을 닫고 2002년 민간에 매각돼 ‘크레존’이란 이름으로 지하 1층 지상 8층 연면적 7300여㎡의 대형 복합문화시설로 개축하던 중 공사대금 문제로 분쟁이 일면서 공정률 80% 단계에서 2007년 5월 공사가 중단됐다. 12년 넘게 도심의 흉물로 있다가 최근 중구가 문화의거리를 조성하면서 외벽을 새단장해놓은 상태다.

시립미술관으로부터 직선거리로 300m 남짓 떨어진 크레존이 원도심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문에 민간에 매각된 크레존이 어떤 시설로 거듭나느냐는 울산시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공사중단 건축물 선도사업’에 따라 LH가 리모델링을 진행할 경우 문화의 거리에 걸맞은 장소성을 갖도록 유도할 여지가 있으나 부동산개발회사는 무엇보다 수익률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2~3층에 키즈몰, 4~6층에 CGV영화관을 두고 나머지 공간은 일반 상가로 조성해 임대를 한다는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장소성에 크게 어긋나는 시설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의 크레존도 7관의 영화관과 음식점 등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허가가 나 있었다.

이번 기회에 크레존의 개축이 확실하게 진행돼 2021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립미술관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크레존이 민간에 매각됐다고 하더라도 중구는 ‘공사중단 건축물 선도사업’을 활용해 컨설팅과 정비사업 등을 적극 지원해서 또다시 표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크레존이 공공성 없는 상업·주거시설로 바뀌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해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과 키즈몰 등이 들어서면 태화강 쪽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일대에 쏠려 있던 유동인구의 발길이 확장돼 문화의거리와 원도심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구의 적극 행정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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