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고
기업은 ERM 시행·고부가제품 개발
위기 잘 대처해 도약의 기회 만들자

▲ 박현철 울산대 교수 산업안전 전공

최근 S사가 첨단소재 특수폴리머공장을 울산에 세우려다 화학물질 통제, 경직된 노동시장, 주 52시간 근로제, 조세제도 등에서 야기된 국내 불확실성에 놀라, 땅도 좁고 임금도 높지만 법인세가 낮고 청렴한 정부의 노사조정이 절대적인 싱가포르에 건설한다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회사는 벨기에 대표기업으로 1863년에 설립된 자동차, 전자부품 용도의 특수소재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1975년 한국에 진출해 현재 울산 2곳과 군산 1곳의 사업장, 서울에 연구소와 현지본사를 두고 있다. 한국이 대내외 요인에 의한 거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유인도 부족한 것으로 생각돼 안타까웠었다.

작년 한국경제는 어느 해보다 침체의 늪에 빠졌고 기업들은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수출액 -10.3%(산자부 기준), 경제성장률 1.9%(KERI 기준)로 공히 2009년 이래 최저였고, 물가상승률(CPI)은 0.4%로 디플레이션 징후도 보였다. 경기침체의 공포가 확산되는 등 세계경기 둔화 기류에다 국내 경제정책 실패로 일자리, 소득 부진과 사회갈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 및 수출중심경제 탓에 미중분쟁 등 세계경제 위험요인이 생성되면 바로 중대한 리스크로 상시화 된다.

울산 경제는 어떠한가? 조선은 작년 수출이 부진했으나 IMO 선박환경규제, 기술력 등이 호재로 작용해 수주가 늘고 있고, 자동차는 이미 침체기로 접어들었지만 전기차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작년에 이어 올해 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건설도 최악이다. 게다가 울산시는 세수가 대폭 줄어들어 시장공약 실현에 재원이 부족한데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휘말려 경제부흥에 써야하는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다. 기업도 조직 슬림화 바람이 불면서 직원들을 줄이는 데다, 많은 현장기술들이 디지털 데이터화 되지 않은 채 재취업 기회가 없어 대부분 울산을 떠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이제 더는 후퇴할 수 없다. 정부가 성장과 혁신 동력을 회복해 재도약하려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경제구조와 체질을 바꿔야 한다. 기업이 바라는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노동유연성 확대, 신산업 지원강화, 투자고용 세제지원 확대 등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변화가 시급하다.

울산시는 4차산업혁명 기술과 함께 미래 먹거리 7-브릿지(Bridges)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잠재적 재난요인인 원전, 국가산단, 울산항, 도시지하 인프라 등에 지속적인 안전투자를 위해 시 차원의 선진 안전경영을 시행해야 한다. 기업은 법적, 자율적 및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고 내부 위험성을 최소화하며, 주력사업의 시장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극대화, 신사업의 본격 성장, 디지털전환 성과의 사업화 등을 통해 미래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기업경영이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요인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으므로 ‘전사적 리스크관리(ERM)’를 시행해 최대한 앞을 내다보며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ERM이란 각 기업이 노출되는 국내외 불확실 요인을 과감히 노출시켜 심각성과 발생가능성을 고려해 적합여부를 판단하고, 위험성을 감소시키거나 긴급사태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위기에 잘 대처하면 체질이 강해지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정부와 울산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안전보건환경(SHE) 정책을 구현하되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 등 창의기법을 활용해 기업들과 충분한 소통과 공감 속에 법규내용을 표준화·전문화·단순화(3S) 해야 한다. 완벽이란 더 넣을 여지가 없을 때가 아니라 더 뺄 것이 없을 때이다. 실행하는 인력증강 없이 규제만 늘어난다면 업무부하 증가로 기존 중요한 업무를 경시하거나 무시해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ERM 시행과 함께 국내외 고객 니즈에 맞는 고부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나감으로써 위기의 시대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해야 할 때다.

박현철 울산대 교수 산업안전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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