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최근 미국 의료계는 ‘유방암 치료 중에 복용한 건강보조제가 유방암의 재발과 사망을 1.4배 이상 증가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J of Clinical Oncology,2019.12.19). 유방암 초기 환자 1134명을 대상으로 무려 6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다. 이들이 복용한 건강보조제는 국내에서도 널리 시판되고 있는 비타민A, C, E, 카로티노이드, 코큐텐(coQ10)등의 항산화제다.

건강보조제에 대한 관념은 개인적인 것에서 어느덧 사회공동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과학은 여지없이 관념을 타파한다. 관념에 매몰되어 모순을 성찰하지 못하면 인식은 달라지지 않는다(알프레드 아들러, 삶의 의미. 부글북스 2017).

암환자를 비롯한 만성질환자나 노약자에서 특정물질의 합성이 줄어드는 것은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당뇨병 환자에서 코큐텐의 감소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것을 복용하면 당뇨병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관념일 뿐 과학적 사실은 이와 다르다. 관념이 정당하다면 치료중인 유방암환자에서도 건강보조제의 효과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야 한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학자들은 건강에 필요한 여러 영양학적 요소들을 반드시 음식을 통해 해결할 것을 권고한다.

음식이 건강과 연결될 때마다 필자의 의식 속에는 항상 어머니의 밥상이 솟구친다. 우리 어머니는 늘 우리에게 ‘밥만한 보약이 없다’고 했다. 문맹에 가까운 학식을 지녔지만 건강을 지키는 섭생학적인 정당한 방법을 알았던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앎이 아니라 스스로 가르치고 일깨운 깨달음의 결과였을 것이다. 가난했던 어머니의 밥상은 질감은 투박했고 색은 단조로웠으나 맛은 단정하면서도 깊었다. 그 맛은 삶의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건강보조제에 대한 사회적 관용의 범위를 넘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연구가 약에 대한 것이었다면 그 약은 벌써 퇴출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건강보조제의 과학의 형식을 빌린 꾸밈과 과장, 선전과 불의(不義)는 사정없이 국민의 관념을 파고든다. 국가가 이를 성찰하지 못하면 대가는 국민이 치러야 한다. 국가차원의 추가적인 연구가 시급히 요망된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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