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 정치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전통시장으로 나갔다. 민족대이동이 시작되는 2~3일 후엔 터미널과 역 등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과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정치인들은 늘상 전통시장과 마트 등을 찾아 명절 제수를 장만하려는 유권자들을 만난다. 여야를 떠나 그들은 한결같이 좋은 정치를 하겠다며 고개를 숙여 지지를 호소한다.

특히 25일인 이번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는 정치인은 숫자에서 그 어느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등록한 예비후보만 해도 41명에 이르는데다 현역의원과 공천을 염두에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까지 합치면 60여명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수행원과 지지자들까지 합치면 수백명이 전통시장을 누비며 사실상의 득표활동에 들어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상헌 위원장이 21일 호계시장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23일에는 KTX울산역에서 각 구·군지역위원회,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선출직 공직자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민주당 차원의 명절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한 주를 명절맞이 인사기간으로 정하고 주요 전통시장을 누비고 있다. 정갑윤 시당위원장을 비롯한 후보자들은 20일부터 23일까지 각각 지역구의 전통장이 서는 곳을 차례로 방문하고 어려워진 경제를 살릴 정당이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정의당과 민중당도 시장은 물론 출근길 정당연설회도 계획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전통시장과 KTX울산역을 찾아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흔히들 전통시장은 인심이 훈훈한 곳이라고 한다. 덤이 있고 인정이 있는 장터, 서민들의 정서가 살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설을 맞는 전통시장은 결코 그렇게 훈훈하지가 않다. 정치인들을 맞는 시민들의 마음도 결코 정겹지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을 찾은 후보자들은 섣불리 표를 얻으려 하다가는 성난 민심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이 표를 구하기에 앞서 설민심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 전통시장에서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과 유권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그들에게 눈높이를 맞출 때 비로소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올바른 정치는 출마자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설을 앞둔 전통시장에서 유권자들의 가슴에 맺힌 어려움을 생생하게 듣는 정치인이야말로 오는 4월15일 두손을 높이 들고 환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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