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정사업 객관적 진단 통해
재정 운영 효율성 높이는 예타제도
경제환경 변화 반영된 건의안 필요

▲ 조미정 울산발전연구원 박사·공공투자센터

예비타당성조사(예타)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1999년 도입된 제도이다. 예타 대상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에 한한다. 최근 울산에서 개최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2020년 제1차 임시회에서 의결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건의안’의 내용은 크게 2가지이다. 지역사업의 경우 경제성 분석 비중을 낮추고 지역균형발전 배점을 높여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 인프라를 지방으로 확대시키는 것과 예타 대상사업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건의안의 첫 번째 내용은 지방사업의 경우 경제성 비중을 낮추고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높여 사업 추진 가능성을 높여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추진여부는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다만, 비수도권은 필수적인 기반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수요부족으로 인해 경제성이 낮아지고, 예타 통과의 어려움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되면서 인구가 유출되는 등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어 해당 내용을 건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2019년 4월 지역균형발전 위주로 예타제도가 개편되었다. 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제외한 경제성과 정책성만으로 종합평가를 실시하고, 비수도권은 기존 대비 경제성평가 항목의 가중치는 낮아지고 지역균형발전평가 항목의 가중치는 높아지게 되었다. 즉, 협의회 건의안과 같이 비수도권사업의 경우 지역균형발전평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므로 또다시 비중의 상향 건의안이 수용될지 의문이다.

건의안의 두 번째 내용은 예타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지난 20년 동안 불변이었던 예타 대상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달라는 것이다. 예타가 도입된 1999년 대비 국내총생산 및 정부 재정규모는 각각 320% 이상 증가하는 등 경제규모와 재정규모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예타조사 대상기준은 도입 당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타 규모 기준 상향조정은 2014년부터 논의되었고, 2016년도에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예타사업의 평균 사업비는 4731억원 정도로 예타 규모 기준인 500억원을 상회하고 있으므로 예타 대상기준을 상향조정한다고 할지라도 예타에서 제외되는 사업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상기준 조정으로 예타조사를 받지 않더라도 지방재정법 제37조 및 건설기술진흥법 제47조에 의한 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하므로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무분별한 사업추진을 통한 재정낭비는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타제도는 객관적으로 대규모 재정사업을 판단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시킨다는 측면에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대규모 재정사업은 다양한 사업타당성분석 과정을 거쳐 사업이 추진되므로, 협의회에서 건의한 것처럼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예타 대상사업 기준을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예타사업 종합평가 시 경제성평가 항목 배점을 낮추고 지역균형발전평가 항목 배점을 높이는 추세이므로 항목별 가중치 조정을 건의하는 것보다는 경제환경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건의안 제시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지역균형발전분석의 지역낙후도 산정에는 제조업 종사자수 비중이 포함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한 현 시점에는 제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을 고려하는 것이 보다 적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지난 20여년 동안 불변인 예타제도 중에서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부합하지 않는 항목을 발굴하여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조미정 울산발전연구원 박사·공공투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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