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공천시계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구 조직을 갖고 있는 현직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은 물론 자치단체장 출신들도 나름의 조직 총동원에 들어갔다. 당선을 위한 노력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동안 일한 만큼 정정당당하게 평가받겠다는 태도의 견지가 중요하다. 자칫 유권자가 부여해준 권력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조직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동원하는 기득권 남용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기득권 남용은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판을 어지럽히는 원인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번 주말부터 공천신청자를 대상으로 공천적합도 조사를 시작한다. 울산지역 공천신청자는 6개 지역구 20여명이다. 심사에서 공천적합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높다. 공천적합도라는 말이 애매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심사를 한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지만 공천적합도 외에 정체성(15%) 기여도(10%) 의정활동능력(10%) 도덕성(15%) 면접(10%) 등이 따로 심사기준으로 제시돼 있는 것으로 미뤄 당선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당선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공천을 주겠다는 것이다. 당선가능성은 능력이나 됨됨이와는 무관하게 인지도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응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도 각 지역구 현역의원들을 대상으로 공천배제(컷오프) 기준마련에 들어갔다. 총선기획단이 제시한 목표치는 현역의원 33% 컷오프다. 공관위는 여론조사를 기본으로 삼아 심사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나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기본으로 반영하는 것도 결국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현역의원을 대거 물갈이 하겠다고 하지만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자연히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 공천에서도 역시나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 정당이 공천을 통해 후보를 내세울 때는 인지도 보다 역량을 우선시해야 한다. 특히 전·현 의원이나 단체장을 역임했던 후보에 대해서는 사람 됨됨이와 의정활동능력 등에 대한 명확하고 냉정한 검토가 바로 정당이 해야 할 의무다. 첫 도전에 나서는 정치신인이 여론조사에서 현역의원을 능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신인·청년·여성 등에 대해 총점에서 가산점을 준다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은 그동안의 선거를 통해 이미 증명됐다. 정당의 엄중하고도 냉정한 평가에 의한 공천만이 ‘불신의 늪’에 빠진 우리 정치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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