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생활의 편리를 주던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 폐기물로 공공의 적이 돼
깨끗한 해양환경 위해 쓰레기 감축을

▲ 임명길 울산해양경찰서장

지금 우리들은 ‘플라스틱 신드롬’이라 할 수 있는 플라스틱 세상에 살고 있다. 과거 인류역사가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로 나뉜다면, 현대사회는 ‘플라스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플라스틱은 20세기에 만든 기적의 소재,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리며, 우리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을 다 모으면 약 83억t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매년 약 3억t 이상의 새로운 플라스틱을 찍어내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이 10% 미만으로 아주 낮다는 점이다. 나머지 플라스틱은 폐기물 처리되거나 버려져 결국 약 800만t이 넘는 양이 해마다 쓰레기가 되어 전 세계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일단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은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아 해양생태계와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채 발견된 바다거북, 해안가에 떠밀려온 고래 뱃속에 가득 찬 플라스틱, 태평양을 떠다니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거대 쓰레기 섬,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심연인 마리아나 해구의 플라스틱 쓰레기 등은 이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플라스틱이 잘게 분해되어 5㎜ 미만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이를 물고기들이 먹고, 결국 최종 먹이사슬에 따라 인체에 쌓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최근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당 하루 섭취 미세플라스틱은 약 2000개로서 무게로 환산하면 신용카드 한 장 무게인 5g에 달한다. 천일염이나 먹는 샘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등 이제 플라스틱은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이자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퇴출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면봉 등 플라스틱 제품 10종에 대한 사용규제안이 통과되었고, 미국은 시애틀에서 시작된 사용금지조례가 점차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커피숍에서 1회용 빨대와 컵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작으로 올해 4월부터는 마트에서 비닐봉지 이용을 금지했다. 지난해 5월 울산 장생포항에서 개최된 24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는 고래가 플라스틱과 폐그물에 갇혀 고통 받자 사람들이 달려가 풀어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국무총리 기념사에서도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일 것이고, 올해를 ‘해양 플라스틱 제로화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해양경찰에서도 올해 브랜드 정책의 하나로 ‘해양쓰레기 줄이기 실천운동’을 선정했다.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17만7000t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이중 60%는 육상에서 바다로 유입되고 나머지 40%가 선박 등 해상활동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경찰에서는 해양쓰레기 줄이기를 위하여 관계기관 합동 연안정화운동, 선박 해양쓰레기 발생 실태조사, 선박 해양쓰레기 불법배출 단속, 어민·선원 대상 해양쓰레기 적법처리 교육, 해양환경 사진 전시나 홍보물 배부를 통한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때 꿈의 물질로 각광받던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 파괴의 주원인으로 밝혀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듯, 이제는 플라스틱이 그 뒤를 밟고 있다. 플라스틱이 부른 인류 생존 위협의 재앙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부와 함께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나가야 한다. 작은 실천들이 하나 둘 모이면 바다거북과 고래를 살리고, 나아가 우리 가족의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다. 해양 플라스틱 제로, 이제 후손들을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임명길 울산해양경찰서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