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여행하며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빈곤과 조우
그들을 반면교사로 미래를 생각해

▲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여행의 이유> 김영하)

최근에 아내와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왔다. 예전부터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앙코르와트에 가보고 싶었다. 짧은 일정에 우리 국토의 1.8배나 되는 캄보디아를 충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동행한 현지 가이드 덕분에 보다 많이 알게 되었다. 인간이 신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표현했다는 또 다른 세상 앙코르와트를 돌아보았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도 섬세하게 표현한 성전의 벽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캄보디아의 원류 앙코르 왕조 자야바르만 2세 당시 그 위용은 대단했다. 그러나 지금의 태국과 라오스, 베트남 일부도 포함되었던 대제국도 결국 내분으로 망하게 된다. 400여 년 만에 밀림에서 발굴된 앙코르와트 같은 사원들이 아직도 600여 개나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그럼에도 휘황찬란한 문화유산의 혜택을 후손들이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현재 세계 최빈국이라는 사실에 또한 가슴 아프다.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달라붙어 “1달러!”를 구걸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가히 충격이었다. 불과 수십 년 전 6·25 전쟁 당시 우리에게 물자를 지원했었던, 그때는 분명 우리보다 경제 사정이 좋았던 나라였다.

우리 못지않게 캄보디아도 참으로 가슴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한동안 프랑스 식민지였다가 일본 지배도 받았다. 베트남전 당시 인접국가라는 이유로 수십만 명 이상이 죽었다. 지금도 밀림과 농어촌 곳곳에 당시에 투하되었던 폭탄과 지뢰가 발견되고 있으며, 매년 미확인 지뢰에 의한 사고로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우리 어른 세대는 익숙한 영화 ‘킬링필드’에서 본 것처럼 크메르 루즈에 의해 수백만 명이 참혹하게 학살당하기도 했다. 바이욘 사원에서 만났던 온화한 ‘천년의 미소’ 형상은 그래서 참으로 허망하게 보인다. 높은 문맹률, 기아, 낙후된 의료시설, 관료들의 심각한 부정부패 등으로 그들은 아직도 힘들게 살고 있다.

2019년 공식 행복지수는 우리 한국이 54위, 캄보디아는 109위다. 여행 도중 방문했던 초등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은 최근 1600만명 인구에 연 7%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이 나라의 희망이지만, 가난에 찌든 교복에서 불과 수십 년 전 지나가는 미군을 향해 “초콜릿!”을 외치던 어릴 적 우리들 모습이 데자뷔 되었다. 이들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 앙코르와트에서 유래했다는 “앙코르!”를 힘차게 외쳐주고 싶었다.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톤레삽 호수에는 수상촌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베트남 난민들이 살고 있었다. 남베트남이 패망하던 시기에 세계를 떠돌던 ‘보트피플’이다. 유유자적 여행자의 입장으로 이들의 허름한 수상가옥 생활 모습을 둘러보며, 국가가 주는 묵직한 무게감에 지금 우리의 안보현실을 돌아보게도 된다.

선진국을 여행하다 보면 앞선 제도나 문화 등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며 많이 배울 수 있다. 공무 출장일 경우에는 상대적 비교를 통해 우리 정책 추진에도 실제로 도움을 받기도 한다. 반면에 후진국은 높아진 우리 위상에 자부심을 느끼며, 그들을 통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도 여행은 과거와 미래로부터 잠시 나를 벗어나게도 해주지만, 동시에 그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됨으로써 우리 미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어떤 특별함이 있음을 새삼 알게 해 주었다. 그것이 또 다른 여행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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