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영 울산대 교수·색채학

산소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색이 없는 세상 또한 상상할 수 없다.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색에 대한 지식을 넓힌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 질 수 있다. 색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색의 정의에 대한 기나긴 여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색에 대한 정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으로부터 시작됐다. 플라톤은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물체가 색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눈에 의해 물체의 색들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즉, 색을 보고 색을 구분하는 것은 태양의 빛이 아니라 인간의 눈에서 나오는 빛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플라톤의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에 빛을 비추면 물체가 가지고 있는 색이 보인다고 주장함으로써 플라톤과는 정반대의 이론을 제시했다. 이렇듯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색은 철학자들의 관심사였다.

근대에 와서 색은 과학자 뉴턴에 의해 새롭게 정의됐다. 뉴턴은 태양 빛을 프리즘을 이용한 분광실험을 통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7가지 색으로 분리함으로써 우리가 현재 인식하고 있는 색의 기초를 정립했다. 파우스트의 저자인 괴테는 위대한 문학가이면서 동시에 색채연구자였다. 괴테는 색은 빛에 의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통해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적인 실험이나 분석이 아니라 경험과 지식, 추측을 통해 삼원색(빨강, 파랑, 노랑)과 삼원색의 보색(초록, 보라, 주황)이 존재하는 것을 밝히고 색에 있어 보색 심리이론을 정립했다. 뉴턴은 빛을 물리적으로 7가지 색으로 정의했지만 괴테는 심리적으로 6가지 색으로 정의했다.

이후로도 화학자 슈브럴, 수학자 그라스만, 물리학자 맥스웰, 생리학자 헤링, 인지학자 슈타이너, 화가 칸딘스키, 심리학자 융, 색채학자 파버비렌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먼셀색상환을 만든 화가이자 색채연구자 먼셀을 통해 색을 정의하는 기나긴 여정이 마무리됐다.

되돌아보면 색은 인류의 역사를 일관하는 주요한 논쟁으로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증명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의 결정체이다. 색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삶을 더욱 깊이 있고 아름답게 할 것이다. 신선영 울산대 교수·색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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