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엔진 등 中 원재료 차질
현대車 등도 완제품 생산 못해
생산 차질 장기화 대책 수립중
사스보다 경제충격 클 것 예상
각국 정부 금리인하 등도 준비

세계 최대 제조공장인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삐거덕거리면서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중국산 부품을 쓰거나 중국에 생산기지가 있는 기업들의 타격도 속속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거의 하룻밤 새 경제적 섬(economic island)이 돼 버렸다”고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주요 항공사가 길게는 두 달까지 중국과의 하늘길을 차단하고 일부 국가는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을 제한하거나 국경을 폐쇄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최소화하고자 춘제(春節·설) 연휴를 이달 2일까지로 연장한 데 이어 각 지방정부가 기업 연휴를 9일까지로 더 늘리면서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의 충격이 한층 더 커졌다.

◇중국 공장 멈추면 글로벌 공급사슬 혼란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작년 보고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65개국 수입시장에서 중국산이 1위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중국산 물품 중 일부는 쉽게 대체하기가 어렵다.

실제 제너럴일렉트릭(GE)은 2년 전 미중 무역전쟁에 반대하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보낸 서신에서 “중국 외에선 손쉽게 얻기 힘든 특정 품목들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CT 촬영, 초음파, 엑스레이 장비와 유전개발용 펌프, 항공기 엔진 등에 쓰이는 부품을 조달해 왔다.

미국 엔진 부품·구동장치 제조업체 ‘데이코’(Dayco)는 중국 대신 미국에서 부품을 공급받으려면 미국 내 공급업체의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고객들의 승인을 받는데 2년 이상이 걸린다고 밝혔다.

미국 제약업체 일부는 고혈압, 알츠하이머, 우울증 치료제 등을 제조하는 데 중국산 원재료에 의존하고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 등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비중이 크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우한시를 포함한 허베이성의 공장들을 이달 13일까지 폐쇄하고 일부 지역 공장은 10일부터 조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른 공급망 차질의 충격은 이미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공급받던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바닥나면서 쌍용차가 평택공장 문을 닫았고 현대자동차 울산 5공장의 일부 생산라인도 멈춰 섰다.

중국산 부품을 공급받는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완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도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로이터 통신은 애플 협력업체로 아이폰 등을 조립하는 폭스콘 중국 공장의 가동 중단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큰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폭스콘은 최소 이달 10일까지 조업을 하지 말라는 당국의 권고에 생산을 거의 중단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까지는 베트남과 인도, 멕시코 등의 공장을 활용해 충격을 비껴가고 있지만 조업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출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中 조업중단 장기화 우려…“세계 경제 피해, 사스 때보다 클 것”

그러나 중국 주요 공장의 조업 중단이 더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컨설팅 업체 QIMA의 세바스티안 브르토 최고경영자(CEO)는 “최소 2월 말까지 동요가 있을 것이고 3월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회장은 공급망 혼란이 4월이나 5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을 우려한 일부 미국 기업들이 비상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는 경제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생산과정에 필수적인 부품이 떨어지고 중국에서만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생산라인이 정지될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가 세계 곳곳에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등 통화당국의 선제 대응 여부에 대한 금융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미 전날 역(逆)RP(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내리고 2004년 이후 하루 최대 규모인 1조2000억위안(약 20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은행에 공급했다.

조만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가 열릴 예정인 나라로는 호주(4일)와 태국(5일), 인도·필리핀(6일) 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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