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사람의 품격에는 언품(言品)도 포함된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다. 배운 사람이든 못 배운 사람이든 말에 의해서 자신의 품격을 결정짓게 된다. 말을 의미하는 한자어 언(言)에는 묘한 뜻이 담겨 있다. 두(二)번 생각한 다음 천천히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이 된다는 의미다. 사람이 지닌 향기는 그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우주를 얻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은가. 입구(口)자가 세 개 모이면 품수 품(品)자가 된다. 말이 곧 사람의 품격이다.

불교의 경우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관세음보살의 광대한 자비심을 찬양하는 천수경의 맨 앞에 있는 구절이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입을 깨끗이 하는 참된 말이란 뜻으로 입으로 지은 죄를 정화하는 구절부터 시작한다. 첫 구절이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를 세 번 외우는데, 마법의 주문이 아니라 ‘깨끗하게 깨끗하게 크게 깨끗하게 지극히 깨끗하게 되어지이다’라는 의미이다. 입이 하는 일이 청정하고 맑아지려면 칭찬하는 말과 격려하는 말과 힘을 주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

기독교에서는 타우라스 산을 날아 넘는 두루미를 인용하여 쓸데없는 입놀림으로 화를 당하지 않도록 경고 하고 있다. 시리아의 북쪽에 위치한 타우라스 산 정상은 조류의 제왕인 독수리들의 서식지이다. 타우라스 산은 척박하여 독수리들이 사냥할 먹이가 많지 않아 1년에 두 차례씩 이곳을 넘어서 이동하는 두루미들을 공격해 허기진 배를 채운다. 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두루미는 그냥 날아가지 않고 끊임없이 울어대며 요란스럽게 날아간다. 덕분에 독수리들은 그 소리를 듣고 쉽게 두루미를 찾아 사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노련한 두루미들은 산을 넘는 동안 거의 희생하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는다. 그 이유는 나이 든 두루미들은 산을 넘기 전에 돌멩이를 입에 물고 날아오른다. 주둥이를 잘못 놀렸다간 독수리의 먹이가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입에 문 돌의 무게만큼 무거운 침묵이 두루미를 안전하게 지켜준 것이다.

인간이 10가지 죄를 짓는다면 그 중 9가지는 입으로 짓는다고 한다. 그만큼 입에서 비롯되는 잘못이 많다는 얘기이다. 때론 말이 무기보다 잔인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함부로 내뱉은 말은 타인에게 비수로 공격 되고 다시 나를 공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말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그 사람 입장에 서기 전까지 절대 그 사람을 욕하거나 책망해서는 안 된다. 말로 지은 죄도 죄다.

고대 희랍의 철인이며 정치가인 데모스테네스는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고 했다. 침묵을 강조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때론 침묵이 말보다 값진 것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말을 하지말라는 게 아니다. 무조건 침묵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꼭 해야 할 말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분할 줄 모르는 인격장애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은가. 작고하신 김수환 추기경은 “말을 배우는 데는 3년이 걸렸지만 남의 말을 듣는 데는 60년이 걸렸다”고 했다. 말을 잘 하는 게 아니라 잘 듣고 잘 말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워주는 지혜로운 말씀이다.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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