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어릴 적 돌 잔치 사진을 본다. 자기 자신의 어린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현재 모습을 보며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구나’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돌 잔치로부터 20년, 30년, 40년이 흘러도 여전히 나는 나라고 믿는다. 이 사진 속의 인물이 나이며, 이 인물과 나는 동일한 사람이라는 것에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여전히 나일까? 분명 돌 잔치 사진 속의 인물 P1와 현재의 나 P2는 모습도, 크기도 변했는데 왜 동일한 사람일까? P1과 P2를 동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면, 기준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 문제는 ‘동일성 문제’라고 하며, 특히 사람의 동일성 문제를 ‘인격 동일성 문제’라고 부른다. 왜 사람의 동일성 문제를 따로 분류해서 볼까? 그 이유는 사람은 물컵, 돌멩이 등과 같은 사물과 달리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령, 물컵 C1을 떨어뜨려 물컵이 깨져버렸다면, C1의 파편들은 더 이상 C1과 동일하다고 말하기가 힘들 것이다. 반면, 어떤 사람 P1이 교통 사고를 당해 신체의 많은 부분이 큰 손상을 당했지만, 어쨌든 의식을 회복해서 기억을 찾는다면 그는 P1과 동일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의식을 가진 존재가 그렇지 않은 존재와 지속성을 유지하는 형태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면 도대체 사람의 동일성을 확보해주는 기준은 무엇일까? 지문이나 DNA일까? 그러나 지문이나 DNA는 복제가 가능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나의 지문을 복제한 지문을 부착한 로봇을 나와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억이 기준일까? 아무리 같은 장소에서 많은 친구들과 함께 놀았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진 이는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밖에 없을 것이다. 기억이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 P1이 혼수상태에 빠져 그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 버린다면, 그는 더 이상 P1이 아니게 될까? 혹은 한 사람이 동일한 사람으로 지속한다는 생각은 허상일까? 만일 허상이라면, 감옥에 갖힌 범죄자를 당장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는 범죄를 저지를 때의 그와는 다른 사람일 테니까.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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