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의 정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중진이다. 2002년 울산 중구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내리 5선을 지냈다. 2014년 19대 국회에서는 국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울산 출신 역대 최다선 의원으로서 지역의 정치적 역량을 한껏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정의원은 사실상 4·15 총선 출마 준비도 탄탄히 해왔다. 6선 고지를 밟고 국회의장에 도전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그런 정의원이 공천 면접을 하루 앞둔 시점에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갑작스런 일이다. 당 내부의 기류가 크게 작용했겠으나 구태 정치를 못 벗어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화석화해가는 지역정치에 변화의 물꼬가 될 지 주목해볼 일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이 스스로 용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이 잦아졌다. 공천에서 탈락하지 않는 한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대표적 직업군이 국회의원이 아니던가. 벌써 한국당이 17명, 민주당이 18명에 이른다. 정치권 물갈이론이 대체로 중진을 겨냥한 것임에도 의외로 재선과 초선의 불출마선언도 많다. 우리 정치권의 큰 변화다. 정치의 변화에 한몫을 하겠다는 대승적 결단도 없진 않지만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직업으로서 만족도가 낮아진 것도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무턱대고 선수가 높다고 구태정치인이라 해서도 안 된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어떤 역량을 갖추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또 후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나은 인물을 선출하는 것이 선거인만큼 지역구의 출마예정자들을 두루 살피는 상대평가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기준을 젖혀두고 우선 중진들의 용퇴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대로 “경험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시대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정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지역정치 발전의 터닝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유권자의 몫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지역정치권의 사회적 책임감도 중요하다. 울산의 선거정국이 다시 한번 소용돌이를 치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하는 말이다. 혹여 후보들끼리의 자중지란으로 지역정치 발전은커녕 오히려 갈등을 만들고, 그 결과 오히려 정치퇴보로 이어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정의원 용퇴는 새로운 정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