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정치권의 좌장인 정갑윤 의원이 17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 망해가는 나라를 바로 잡는 중차대한 선거라는 점에서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5선의 정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중진이다. 2002년 울산 중구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내리 5선을 지냈다. 2014년 19대 국회에서는 국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울산 출신 역대 최다선 의원으로서 지역의 정치적 역량을 한껏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정의원은 사실상 4·15 총선 출마 준비도 탄탄히 해왔다. 6선 고지를 밟고 국회의장에 도전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그런 정의원이 공천 면접을 하루 앞둔 시점에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갑작스런 일이다. 당 내부의 기류가 크게 작용했겠으나 구태 정치를 못 벗어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화석화해가는 지역정치에 변화의 물꼬가 될 지 주목해볼 일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이 스스로 용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이 잦아졌다. 공천에서 탈락하지 않는 한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대표적 직업군이 국회의원이 아니던가. 벌써 한국당이 17명, 민주당이 18명에 이른다. 정치권 물갈이론이 대체로 중진을 겨냥한 것임에도 의외로 재선과 초선의 불출마선언도 많다. 우리 정치권의 큰 변화다. 정치의 변화에 한몫을 하겠다는 대승적 결단도 없진 않지만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직업으로서 만족도가 낮아진 것도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무턱대고 선수가 높다고 구태정치인이라 해서도 안 된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어떤 역량을 갖추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또 후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나은 인물을 선출하는 것이 선거인만큼 지역구의 출마예정자들을 두루 살피는 상대평가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기준을 젖혀두고 우선 중진들의 용퇴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대로 “경험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시대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정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지역정치 발전의 터닝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유권자의 몫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지역정치권의 사회적 책임감도 중요하다. 울산의 선거정국이 다시 한번 소용돌이를 치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하는 말이다. 혹여 후보들끼리의 자중지란으로 지역정치 발전은커녕 오히려 갈등을 만들고, 그 결과 오히려 정치퇴보로 이어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정의원 용퇴는 새로운 정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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