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차장

지난해 1월 경남 양산시 웅상 주민 사이에서 울산 및 부산 분리 편입을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시 개발이 양산 서부권에 집중되고 있고, 이로 인해 발전 격차가 벌어지면서 홀대받고 있는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뒤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생 주민들은 부산시 기장군으로의 편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유는 웅상과 대동소이하다. 서생 주민들은 원자력발전소 유치 및 가동에 공헌해 매년 100억원이 넘는 세수를 창출하며 울주군 재정에 기여하지만 인프라 조성 등과 관련한 대형 사업은 인구 밀집 지역에만 집중돼 홀대받는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장군에서 활발하게 벌어지는 개발사업도 주민들의 이탈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마냥 주민들만 탓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현실상 편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근거 마련을 위한 여론조사까지 실시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행정과의 대화를 통해 의사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데도 편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자칫 세수 창출을 빌미로 군을 협박하는 지역 이기주의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면 단위 지역에 예산이 충분히 투입되지 않는 것은 예산의 효율성 때문인데, 이는 다른 면도 마찬가지다. 군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삼동면은 현재 도로 개설이 잇따르지만 이는 하늘공원이라는 원전 못지않은 시설을 유치한 데 따른 인센티브 사업의 일환일 뿐이다. 그나마도 2003년 유치 확정 이후 무려 17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아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서생 주민들이 간과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군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6차 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당초 온산읍 삼평 일원이 대상지였지만 서생면 옛 영어마을 부지로 무대가 바뀌었다. 지금 구상 중인 1단계 사업의 규모만 수백억원대에 달하며, 연계 사업이 완성될 경우 수천억원대의 예산이 서생면에 투입된다. 간절곶 일원이 포함된 울주 종합 관광개발 계획이나 해양 관광 종합개발 계획 역시 용역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투자가 뒤따르는데, 이 역시 수백억원대 이상의 예산이 집행될 전망이다. 아직 용역 단계에 머무르기 때문에 주민들이 사업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을 뿐 서생면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이미 계획돼 있다.

그동안 군은 현실적으로 편입이 불가능한 만큼 굳이 대응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태도로 일관했고, 이에 따라 주민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다행히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주민들은 어느 정도 자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이라도 추진하겠다던 여론 조사도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이제 사태의 마무리는 군의 손으로 넘어왔다. 주민들의 의사는 충분히 전달됐고, 그 불만에 군이 답할 때다. 군은 편입의 가능성을 먼저 따지지 말고, 이런 불만이 왜 제기됐는지를 파악한 뒤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발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서생면은 단순히 인구 8000명의 원전 소재지가 아니라 간절곶과 진하해수욕장 등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가진 울산 해양 관광의 거점이다. 서생면의 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개발 계획을 제시하고 주민을 설득한다면 서생면의 기장 편입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춘봉 사회부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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