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순 수필가·울산남부로타리13-14회기 회장

기나긴 겨울은 봄이 올 것이란 기대 속에 희망을 가진다 열달의 고통 속에 새생명을 탄생시키고 긴긴 밤은 새벽이 올 것이란 희망을 알려주듯이 봄은 희망이요 시작이요 꿈을 꾸는 계절같다. 이제 곧 봄비가 내리면 메말랐던 가지에 칼집을 내듯 파릇한 움이 트고 새싹 돋을 것을 생각하면 왠지 마음 설레이며 어느덧 그 혹독했던 겨울을 잊어버린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란 글귀를 대문에 붙여두고 곧 봄이 시작되니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겨달라고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울산의 봄은 울산의 상징 학성공원에서부터 시작될 것 같다. 거기에는 서덕출의 노랫말 봄편지의 시(詩)비가 있다.

연못가에 새로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한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33세 일기로 생을 마감한 척추장애인이 남긴 정말 아름다운 한편의 시다. 떠도는 아름다운 작가 미상의 동시 가운데 서덕출의 작품이 너무 많이 있다고 들려오고 있다.

그는 짧은 시작활동을 하여 오던 중 1940년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연못가에 버들잎을 우표삼아 강남으로 봄이 왔다는 전갈을 보내면 작년에 떠났던 제비들이 또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이 시의 전언은 정말 맑고 곱다. 여기에는 한탄스러움도 비애도 엿볼 수 없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순수한 영혼이 있을 뿐이다. 겨울이 가고 봄은 반드시 온다. 작년에 갔던 제비는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자연은 속일 수가 없다. 여기서 서덕출의 시 몇편을 소개한다.

<봉선화>옛날의 왕자 별을 못 잊어서요

새빨간 치마 입은 고운 새아씨가

흩어진 봉선화를 고이 모아서

올해도

손끝에 물들입니다

새빨간 치마입은 고운 색시의 손톱을 물들일 봉선화 꽃잎을 노래하는 이 시를 두고 누가 삶의 불우함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산 너머 저쪽>산 넘어 저 쪽에는 누가 누가 사나요

천년 묵은 소나무 새와 동무 하여서

노래하고 춤추며 재미나게 산다오

이 시는 그의 맑은 슬픔이 무엇인지 보여 주기도 한다. 춤추며 재미나게 사는 산 너머 저쪽을 꿈꾸는 영혼은 맑디 맑아 오히려 슬픔을 만든다.

박목월의 나그네, 이은상의 가고파가 고향의 의미를 더하듯 서덕출의 봄편지는 울산의 상징시가 되었으면 한다. 서덕출 그의 짧은 생이 너무너무 아쉽다.

정지순 수필가·울산남부로타리13-14회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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